
안송이(28)의 골프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 선발전을 통해 입회했지만, 본무대로 올라갈 때까지 2년을 기다렸다. 드림(2부)투어에서 활동하던 2009년 시드전에서 5위에 올라 이듬해 정규투어로 넘어갔다. 만으로 스무 살이 된 2010년의 일이다.
간신히 발을 들인 KLPGA 투어에서 첫해 17회뿐이었던 출전 횟수를 2013년부터 20회 이상으로 늘렸다. 하지만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이 언제나 손에 닿지 않았다. 입상권 성적은 세 번의 준우승이 전부였다. 우승할 기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게 236전 237기. 안송이는 KLPGA 투어 10년차를 완주한 2019시즌의 마지막 날,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안송이는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2·6632야드)에서 폐막한 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우승했다. 2위 이가영(20)을 1타 차이로 따돌렸다. 생애 처음으로 손에 쥔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안송이가 투어에서 10년간 누적한 상금 총액 16억6578만3334원의 7%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 시즌 대상·다승왕·상금왕·타수왕을 싹쓸이한 최혜진(20), 그중 상금 랭킹의 막판 뒤집기를 노렸던 장하나(26)의 타이틀 경쟁으로 시선이 모아진 대회였다. 이 틈에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점령한 올 시즌 마지막 승자는 안송이였다.
안송이는 한국식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다. 20대 마지막 출전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돼 기자회견장 단상에 앉았다. 그는 “30대가 되면 노장 소리를 듣는다. 30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제 우승의 맛을 봤으니 되도록 빠르게 2승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한 소감을 말해 달라.
“전반부에 흐름이 좋지 않아 위기도 있었다. 잘 극복하고 우승해 좋다. 기다려 주신 팬들께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행복하다.”
-언제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14번 홀에서 보기를 쳤을 때 ‘2등 정도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16번 홀에서 운이 좋게 버디 퍼트를 잡으면서 ‘나에게도 우승 기회가 왔을까’ 하고 생각했다.”
-전인지 프로가 응원했다. 알고 있었나.
“14번 홀에서 보기를 치고 만났다. 그때 (전)인지가 ‘언니,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쳐’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그 뒤부터 힘이 났다.“
-챔피언 퍼트를 먼저 마무리했다.
“(이)가영이의 버디 퍼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홀아웃했다.”
-투어 생활에서 우승 기회도 많았다. 그동안 놓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승권에 다가가면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멘털(정신력)’에서 많이 부족했다. 순위권에 들어가면 몸이 많이 떨려 스윙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올 시즌 후반부부터 함께 일하는 캐디가 스윙코치까지 겸하고 있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캐디는 누구인가?
“남자 프로 장서원이다. 나보다 어리지만, 올 시즌 상반기 마지막 대회부터 함께 하고 있다. 동생이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이날 1번 홀에서도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긴 얘기를 해주곤 했다. 오늘 내내 ‘그냥 쳐’라며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스윙에서 바뀐 점이 있는가.
“궤도를 바꾼 적은 없다. 힘을 빼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을 캐디가 잡아내고 ‘힘을 빼라’고 말해줬다. 그때서야 힘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 더 부드럽게 치라는 조언에서 도움을 받았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어떤 대답을 들었는가.
“아버지는 친구와 같은 존재다. 항상 붙어 다닌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인 것 같다.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지만, 얼굴을 보고 하기 힘들었던 말이다. 아버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우승은 언제로 예상하고 있는가.
“250번째 출전 대회가 아닐까. 우승의 맛을 봤으니 되도록이면 빨리 하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머리속에 있었다. 카메라 울렁증도 극복한 것 같다. 울렁증이 심해 힘들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고 털어낸 것 같다.”

-(한국 나이로) 20대의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했다. 30대를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한국에서 30대가 되면 노장 소리를 듣는다. 30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가장 좋은 순간이 오늘이라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선두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우승을 놓쳤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우승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항상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선후배·동료에게 고깃집 하나를 빌려 크게 쏘려고(한턱을 사려고) 한다.”
-마지막 대회여서 아쉽지는 않은가.
“아쉽지는 않다. 두 달 연속으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쉬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우승했으니 마음을 놓고 쉴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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