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전 237기’ 불굴의 도전이 마침내 응답했다

Է:2019-11-11 04:00
:2019-11-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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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송이, KLPGA 투어 10년차에 달성한 첫승 “30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안송이가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한 뒤 아버지(오른쪽)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KLPGA 제공

안송이(28)의 골프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200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회원 선발전을 통해 입회했지만, 본무대로 올라갈 때까지 2년을 기다렸다. 드림(2부)투어에서 활동하던 2009년 시드전에서 5위에 올라 이듬해 정규투어로 넘어갔다. 만으로 스무 살이 된 2010년의 일이다.

간신히 발을 들인 KLPGA 투어에서 첫해 17회뿐이었던 출전 횟수를 2013년부터 20회 이상으로 늘렸다. 하지만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이 언제나 손에 닿지 않았다. 입상권 성적은 세 번의 준우승이 전부였다. 우승할 기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게 236전 237기. 안송이는 KLPGA 투어 10년차를 완주한 2019시즌의 마지막 날,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안송이는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2·6632야드)에서 폐막한 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우승했다. 2위 이가영(20)을 1타 차이로 따돌렸다. 생애 처음으로 손에 쥔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안송이가 투어에서 10년간 누적한 상금 총액 16억6578만3334원의 7%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 시즌 대상·다승왕·상금왕·타수왕을 싹쓸이한 최혜진(20), 그중 상금 랭킹의 막판 뒤집기를 노렸던 장하나(26)의 타이틀 경쟁으로 시선이 모아진 대회였다. 이 틈에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점령한 올 시즌 마지막 승자는 안송이였다.

안송이는 한국식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다. 20대 마지막 출전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돼 기자회견장 단상에 앉았다. 그는 “30대가 되면 노장 소리를 듣는다. 30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제 우승의 맛을 봤으니 되도록 빠르게 2승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안송이가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KLPGA 제공

-우승한 소감을 말해 달라.

“전반부에 흐름이 좋지 않아 위기도 있었다. 잘 극복하고 우승해 좋다. 기다려 주신 팬들께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행복하다.”

-언제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14번 홀에서 보기를 쳤을 때 ‘2등 정도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16번 홀에서 운이 좋게 버디 퍼트를 잡으면서 ‘나에게도 우승 기회가 왔을까’ 하고 생각했다.”

-전인지 프로가 응원했다. 알고 있었나.

“14번 홀에서 보기를 치고 만났다. 그때 (전)인지가 ‘언니,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쳐’라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그 뒤부터 힘이 났다.“

-챔피언 퍼트를 먼저 마무리했다.

“(이)가영이의 버디 퍼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고 먼저 홀아웃했다.”

-투어 생활에서 우승 기회도 많았다. 그동안 놓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승권에 다가가면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멘털(정신력)’에서 많이 부족했다. 순위권에 들어가면 몸이 많이 떨려 스윙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올 시즌 후반부부터 함께 일하는 캐디가 스윙코치까지 겸하고 있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안송이가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18번 홀에서 캐디(왼쪽)와 함께 그린을 살피고 있다. KLPGA 제공

-캐디는 누구인가?

“남자 프로 장서원이다. 나보다 어리지만, 올 시즌 상반기 마지막 대회부터 함께 하고 있다. 동생이지만 친구처럼 지낸다. 이날 1번 홀에서도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웃긴 얘기를 해주곤 했다. 오늘 내내 ‘그냥 쳐’라며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스윙에서 바뀐 점이 있는가.

“궤도를 바꾼 적은 없다. 힘을 빼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힘이 많이 들어간 것을 캐디가 잡아내고 ‘힘을 빼라’고 말해줬다. 그때서야 힘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 더 부드럽게 치라는 조언에서 도움을 받았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어떤 대답을 들었는가.

“아버지는 친구와 같은 존재다. 항상 붙어 다닌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인 것 같다.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지만, 얼굴을 보고 하기 힘들었던 말이다. 아버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우승은 언제로 예상하고 있는가.

“250번째 출전 대회가 아닐까. 우승의 맛을 봤으니 되도록이면 빨리 하고 싶다.”

-이번 우승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머리속에 있었다. 카메라 울렁증도 극복한 것 같다. 울렁증이 심해 힘들었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고 털어낸 것 같다.”

안송이가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의 축하를 받고 있다. KLPGA 제공

-(한국 나이로) 20대의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했다. 30대를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한국에서 30대가 되면 노장 소리를 듣는다. 30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가장 좋은 순간이 오늘이라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선두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우승을 놓쳤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우승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항상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선후배·동료에게 고깃집 하나를 빌려 크게 쏘려고(한턱을 사려고) 한다.”

-마지막 대회여서 아쉽지는 않은가.

“아쉽지는 않다. 두 달 연속으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쉬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우승했으니 마음을 놓고 쉴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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