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방법론으로 단계적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시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는 ‘스냅백’(snapback), 북한의 핵탄두와 미사일 기술 개발을 중단시켜 핵능력 강화를 억제하는 ‘잠정 핵동결’(temporary nuclear freeze) 등 각종 아이디어가 흘러나왔다.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를 고수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대북 기조와 결이 다른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는 2일(현지시간) 북한의 석탄과 섬유 수출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조항을 36개월 유예하는 대신, 영변 핵시설 폐기와 ‘플러스알파’(+α)를 맞바꾸는 방안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북·미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복스는 그러면서 플러스알파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중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시적 제재 완화를 뜻하는 ‘스냅백’으로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스냅백은 최근 들어 자주 언급돼온 방법론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3월 비공개 외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스냅백에 호의적인 뜻을 내비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반대해 합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핵개발을 동결하면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12∼18개월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복스는 이 제안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열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북한 핵능력을 상당 부분 감소토록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36개월은 영변 핵시설 폐기 과정을 완전히 검증하기에는 촉박하며 북한에게 무기 개발 시간만 벌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스냅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최 제1부상의 지난 3월 발언을 미뤄 북한은 한동안 스냅백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간이 반년 넘게 지났고 북한은 그 사이 미사일 시험발사 등 핵능력 강화를 지속했기 때문에 입장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복스는 미국 당국자들이 조만간 열리는 실무협상에서 이 제안을 일종의 시작점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반응에 따라 일부 수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무부가 북한의 핵탄두 생산과 미사일 기술 개발을 중단토록 하는 ‘잠정 핵동결’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북극성 3형’ 발사 관련 기사에서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신속한 비핵화가 아니라 단계적 접근법을 포함한 새로운 제안을 막후에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무부의 아이디어 중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보유고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잠정적 핵동결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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