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앞두고 느닷없이 “한·일 갈등을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일 아사히신문은 25일 청와대 내부사정에 밝은 한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달 중순 외교루트를 통해 ‘자신들이 한일 갈등 속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일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타진한 것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시한인 8월 24일을 목전에 두고 협정을 유지할지 종료할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청와대 내부에선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있었지만, 한국 정부는 끝내 중국의 중재 제안을 거절했다. 아사히가 인용한 한국 관계자는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로서는 중국측 중재 의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자를 자처한 중국의 속내에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한 중국 전문가는 아사히에 “중국은 한·일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며 “중재에 응하는 한국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면서 미국의 존재감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태에서 자칫 한·일 갈등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하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아사히가 인용한 한국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이 속해있는 국제 부품 공급망에 (한·일 갈등으로) 관리가 불가능한 악영향이 일어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또 당초 지소미아는 ‘연장’이 가장 유력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실제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시 예상되는 미국의 반발을 고려, 극비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을 일본에 파견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일본의 양보을 유도하고 지소미아는 유지하는 타협을 꾀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이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하자 한국 정부의 분위기는 지소미아 종료 쪽으로 빠르게 기울었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에 “(외교장관회담이 결렬된 후) 이제 우리도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지난달 2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선 참석자 거의 전원이 대일 강경론을 지지하는 여론을 고려해 파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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