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를 통해 기존 대외 정책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치면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개최 여부와 그 시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며 내부 정리를 일단락한 북한이 조만간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비핵화와 상응조처의 범주와 이행 등을 두고 북·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다음달에도 실무협상 재개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전날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의 권력 강화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을 단행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의정보고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우리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가 더욱 공고히 되고 국가사업 전반에 대한 최고영도자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확고히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월에 이어 또 한 차례 개헌으로 김 위원장에게 최고인민회의 법령과 국무위원회 중요 정령·결정 공포, 외교대표 임명·소환권을 부여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진행된 터라 대미·대남 메시지 발표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관련 메시지는 없었다. ‘올 연말까지 미국과 대화한다’는 기존 대외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 4월 ‘하노이 노딜’ 이후 가진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북·미 및 남북 관계를 언급하며 대외 정책에 대한 구상을 천명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올 연말을 북·미 대화 시한으로 못 박았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30일 “기존 대외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협상 재개 시점이다. 북·미 두 정상은 지난 6월 판문점에서 정상 회동을 갖고 2~3주 내 실무협상을 갖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조속한 협상 재개를 요구하는 한국과 미국의 요구에도 북한이 화답하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물밑협상에서 미국에게 좀 더 양보된 안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서 실무협상이 막을 열지 못하는 것 같다”며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인데, 늦으면 (실무협상이) 11월까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전보장 등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를 미국이 내놓기 전까지는 협상 테이블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북·미는 뉴욕 채널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리용호 외무상이 다음달 중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면서 내달에도 실무협상이 열리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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