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유독가스를 마신 여고생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3시40분쯤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한 회센터 화장실에서 A양(19)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양이 한동안 나오지 않자 뒤따라 들어간 친구 B양(19)이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B양은 경찰에 “친구가 20분 동안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아 들어가보니 쓰러져 있었다”며 “(나도) 심한 가스 냄새 때문에 2번 정도 정신을 잃을 뻔했고 구토를 심하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과 관할구청이 2일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유해가스 측정을 실시한 결과 기준치(10~20ppm) 이상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황화수소는 폐수나 오염물이 썩으면서 생겨나는 유독가스로 심각한 폐 손상을 유발한다. 하수·폐수처리장, 쓰레기장, 정화조 등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정화조에서 만들어진 황화수소가 20년 이상된 배기구에 문제가 생겨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화조에 있는 황화수소를 분해하기 위해 매일 오전 3~4시쯤 기계가 자동으로 작동되는데, 가스 일부가 하수구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황화수소 수치 감정을 의뢰했으며 구청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수사 중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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