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연출가로 잘 알려진 ‘브로드웨이의 거장’ 해럴드 프린스가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은 프린스가 머물고 있던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지병으로 숨졌다고 프린스 홍보담당자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프린스는 미국 공연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을 무려 21개나 수상하는 등 뮤지컬계의 프로듀서 겸 연출가로 굵은 획을 그었다.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난 프린스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를 졸업한 뒤 브로드웨이의 거물 극작가 겸 연출가 조지 애보트의 조수로 뮤지컬계에 첫발을 들였다. 무대조감독을 거쳐 프로듀서가 된 그는 54년 애보트와 공동제작한 뮤지컬 ‘파자마 게임’으로 이듬해 토니상 최고작품상을 수상하며 성공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 고전 반열에 오른 여러 뮤지컬을 제작해 히트시킨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다.
60년대 들어 연출가로도 나선 그는 66년 나치 치하의 독일 베를린 소시민들의 삶을 다룬 뮤지컬 ‘카바레’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았다. 70년대에는 미국의 거장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손잡고 ‘컴퍼니’ ‘폴리스’ ‘리틀 나이트 뮤직’ 스위니 토드’ 등을 잇따라 발표했으며 토니상을 밥먹듯이 가져갔다. ‘스위니 토드’는 영국 공연계 최고의 권위인 올리비에상 최고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린스는 또 78년 ‘에비타’를 시작으로 영국의 거장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웨버와도 잇따라 대작들을 선보였다. 86년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기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프린스는 브로드웨이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토니상 특별상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그는 2017년에도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대표 오페레타 ‘캔디드’를 연출하는 등 80대 말까지도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별세에 전 세계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드-웨버는 트위터에 “‘뮤지컬의 왕자’가 세상을 떠났다. 뮤지컬에 관한 그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회고했다. 또 토니상 공식 트위터 계정도 “프린스는 브로드웨이의 거인이었다”고 추모하면서 그가 받았던 21건의 상을 소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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