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초반 크게 줄어드는 듯했던 단속 건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취 운전도 단속에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출근길 대리운전이 깜짝 급증했지만 이 역시 법 시행 한 달 만에 평소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경찰의 음주 단속 지점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불티나게 다운로드되고 있다.
경찰청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3주간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하루 평균 294건이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5월 일평균 적발건수(334건)와 비교하면 10% 이상 줄었지만 법 시행 첫 2주 동안 277건이 단속된 것에 비하면 소폭 증가한 것이다.
개정법 시행 직후 눈에 띄게 늘었던 출근길 대리운전은 시들해진 분위기다. 20년째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박희웅(57)씨는 “법 시행 초반 출근시간 대 콜이 평소보다 5배가량 늘어 아침조를 따로 편성할 정도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줄어 새벽 근무를 마친 기사들이 아침 대리운전까지 맡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3개월 차인 최모(36)씨는 “아침시간에 대리운전을 하면 돈은 더 받지만 차가 밀려 소화할 수 있는 건수가 많지 않다”며 “주로 신참 기사들이 떠맡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1)씨는 “전날 과음해 아침에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기사가 없다고 해 20분 넘게 기다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여전하다. 단속 지점을 실시간 알려주는 앱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앱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과 영상 제보를 토대로 서울 지도에 단속 지점이 표시되고, 축적된 데이터로 단속이 잦은 구간을 파악할 수도 있게 돼 있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음주단속을 검색하면 이런 앱들이 10개도 넘게 뜬다. 그중에는 400만명 이상이 내려받은 앱도 있다. 서모(45)씨는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아서는 절대 안 되지만 맥주 반 잔 정도 마셨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앱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정 도로교통법이 제 효과를 내려면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5일 “윤창호법 시행의 근본적인 취지는 음주운전을 근절하자는 것이지 단속 건수로 실적을 올리는 게 아니다”며 “단속 인력을 적절히 활용해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계도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