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약산 김원봉(1989~1958)의 공적을 직접 거론하면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의 유공자 지정 여부를 두고 또 다시 거센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일제 수탈에 맞선 독립운동가다. 1938년 조선의용대장,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 1944년에는 임시정부 군무부장과 국무위원을 지냈다. 일제강점기 무장 독립투쟁사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광복 이후 행적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원봉은 자신이 따르던 여운형이 암살당한 1947년 조선공산당 창당 주역 박헌영 등과 함께 월북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국가검열상에 임명됐고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등 고위직을 지냈다. 남한에서는 월북 인사로 잊혀졌던 김원봉은 최근에 와서야 영화 ‘암살’ ‘밀정’와 드라마 ‘이몽’ 등에서 일제강점기 무장 독립운동단체를 이끈 인물로 재조명됐다. 김원봉의 일대기가 영화나 드라마로 그려지면서 그에 대한 평가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로서 김원봉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8월 15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 “이제는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김원봉은 과거 독립유공자 서훈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지정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관련 기준이 바뀌면서 독립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하면서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지난 3월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두고 “현재 기준으로는 안된다”면서도 “의견 수렴 중이며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에서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와 관련해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 말자는 대통령의 언급이 김원봉 등 대한민국에 맞선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까지 서훈하기 위한 이 정권의 분위기 조성용 발언은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군 전몰장병의 희생까지 기린다면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고 6·25 남침의 공으로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는 김원봉을 콕 집어 언급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백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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