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퇴진 문제를 두고 손 대표 측 당권파와 유승민·안철수계 연합군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안철수계가 ‘혁신위원회 체제 전환’을 양측의 중재안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안철수계 의원 7명은 지난 25일 회동을 갖고 ‘혁신위 전환’에 대한 원론적 공감대를 이뤘다. 혁신위원장으로는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정병국 의원을 추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손 대표가 이미 한 차례 정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한 만큼 당권파 측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있고, 정 의원이 바른정당 출신이라 바른정당계에서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 퇴진 시점까지 논의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받는 혁신위를 꾸리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지지부진한 당 내홍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퇴진 시점으로는 6월 말이 거론되고 있다. 혁신위가 꾸려지면 손 대표가 자연스레 2선으로 물러난 뒤 명예롭게 퇴진하는 모양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계 의원 7인은 오는 27일 다시 만나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제안에 대한 각 계파의 속내는 엇갈린다. 당권파 측 한 의원은 “손 대표도 당 내홍 수습을 위해 혁신위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며 “혁신위원장에게는 당 노선 확립과 관련해 상당한 권한이 주어질 것이다. 식물 위원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손 대표 측은 “손 대표의 2선 후퇴는 결단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혁신위원장으로는 당내 한 계파에 치우치지 않는, 모든 계파가 동의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권파 측은 특히 법원이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2인 임명 강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반대파 주포인 하태경 최고위원의 손 대표 및 노인 폄훼 발언으로 여론이 일정 부분 돌아선 만큼 지금이 반대파를 몰아붙일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손 대표 측 한 인사는 “환경이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조성됐다”며 “이번주 내로 반대파의 공세를 완벽히 진압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바른정당계는 전권을 부여받는 혁신위가 아니고서야 혁신위 논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여전히 손 대표 즉각 퇴진으로 무게추가 기울어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단 오찬에서 “손 대표의 임기 연장을 위한 혁신위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혁신위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들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최고위가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어떤 안건을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혁신위로는 당 진로 관련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측이 구상하는 혁신위의 모습이 엇갈려 혁신위가 당내 갈등의 또다른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권파 측이 주장하는 혁신위원장의 권한이 애매모호해 결국 ‘보여주기식 혁신위’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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