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 초점] 기로에 선 게임 산업, 규제로 범벅될까

Է:2019-05-01 13:38
:2019-05-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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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게임 산업이 첩첩산중의 규제를 넘어 진흥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르면 이달 중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진행한 확률형 아이템 연구결과도 담길 전망이다. 분위기는 진흥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문체부는 규제 완화 기조를 토대로 결제 한도 폐지 등 게임 산업 진흥에 힘을 싣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보다 뚜렷한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장 진흥책이 실천으로 옮겨지기에는 너무도 많은 규제가 둘러싸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규제 이슈는 게임의 질병 코드 등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세계보건총회에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통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WHO의 방침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입장인 만큼 게임 업계는 WHO의 결정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만약 게임이 치료해야 할 중독 물질로 지정되면 게임 관련 각종 규제가 탄력을 얻으며 산업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담배와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내야 하고, 게임 업계는 치료 명목의 부담금을 강요받을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본부장은 “WHO 질병코드가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이슈”라면서 “저희도 그쪽에 초점을 맞추고 학술적인 연구나 토론회, 포럼 등을 지원하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9일 WHO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첨부한 5년간의 연구 결과에는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웹보드게임 규제’도 지나칠 수 없는 논쟁거리다. 웹보드게임 규제는 고스톱, 포커 등의 사행적 이용 방지를 취지로 지난해 3월 규제가 유지됐다. 내년 3월 일몰을 맞이하는 가운데 현 규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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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게임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각종 제도가 유관기관을 통해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일률적인 잣대가 제시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일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의 제공시간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고시)’를 발표했다. 골자는 심야시간 PC 온라인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는 ‘청소년 셧다운제’를 2021년 5월 19일까지 유지한다는 거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발단은 201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소년보호법 제26조(셧다운제) 시행에 따라 여가부는 2년마다 셧다운제에 포함될 게임을 자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지난달 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된 포럼에서 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청소년은 하루에 1분 30초 더 잘 수 있게 됐고, ‘게임 중독’ 사례는 불과 0.7% 감소했다. 퍼거슨 교수는 “셧다운제가 효과가 없는 건 사례를 통해 분명해졌다. 이 조치가 답이 되지 않음이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순수 창작물이 등급 분류 규정에 부딪혀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플래시 게임 사이트에 공문을 보내 등급분류가 되지 않은 채 게재된 게임들의 서비스 중지를 요청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물은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세간의 반응은 냉담했다. 게임 등급 분류를 위해 심사를 받으려면 적잖은 비용이 드는데, 플래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 대부분이 어린 나이의 학생이기에 비용을 지불한 능력이 없다. 당초 웹상에 오가는 플래시 게임들은 상업적인 목적을 거의 띄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 산업은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7년 게임 산업 수출액은 59억 2300만 달러(약 6조 6574억 원)로, 전년 대비 80.7% 증가했다. 2018년에도 게임 산업은 대표적인 ‘수출 효자’였다. ‘콘텐츠산업 2018년 결산 및 2019년 전망’에서 지난해 게임 산업의 수출 규모는 42억 3000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56.5%의 비중을 차지했다. 영화(0.6%), 애니메이션(2.1%), 방송(7.3%), 캐릭터(9.5%), 지식정보(9.3%), 음악(6.8%) 등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인식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은 10~20대 젊은 층뿐 아니라 30~40대 사이에서도 적잖은 저항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스타크래프트 등 온라인게임을 즐겼던 이들은 이제 30~40대가 되어 자녀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됐다.

게임은 산업적 가능성뿐 아니라 놀이문화 및 세대 간 소통의 측면에서도 대단히 큰 잠재력을 품고 있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규제는 게임 산업의 미래를 여전히 망망대해에 표류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여가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고시하며 “콘솔게임의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추가 비용이 들면 규제의 대상”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상 플랫폼의 형태는 구글이 공개한 ‘스타디아’와 같이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다. 게임과 IT, 게임과 생활의 경계가 무의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재창출되는 상황에서 형식적인 규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산업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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