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임신중단 약물 미프진을 도입하라”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 125명이 외친 말이다. 하루에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한국 여성 수는 3000명(추정치)으로 이를 24시간으로 나누면 125명이 된다.
이날 여성단체 ‘페미당당’ 활동가 등은 나란히 서서 똑같이 생긴 약 상자를 받아들었다. 일부는 자연유산 유도제인 ‘미프진(미페프리스톤)’이었고 나머지는 비타민이었다. 이 두 알약을 먹는 것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된 퍼포먼스였다. 주최 측은 “임신중단은 감춰야 할 일도, 죄도 아니다”라며 “미프진의 존재를 알리고 국내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했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임신중단 방법으로 권고하는 필수의약품이다. 알약 형태의 내복약으로 임신중단 성공률은 90~98%에 이른다. 현재로서는 여성의 신체에 가장 피해를 덜 끼치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알려졌다. 임신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산부인과 전문의뿐 아니라 일반 의사들도 처방하고 있다. 캐나다 오타리오주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미프진을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미프진 도입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미프진 도입 청원글은 31건이다. 특히 2017년 10월 게시된 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요구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넘겼다. 당시 청와대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국가의 의무와 역할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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