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아 구속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71번째 생일을 구치소에서 보내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26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후 첫 주말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948년 1월 26일생인 양 전 대법원장의 71번째 생일이다.
생일날 아침 식사로는 떡국을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교정본부가 공개한 서울구치소의 1월 식단에 따르면 매주 토요일 아침에는 떡국이 배식 된다. 전날인 25일 아침에는 미역국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평(6㎡) 규모의 독방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예우해 독방을 배정했으나 크기는 일반 수용자와 같다. 같은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방은 약 3평(10.08㎡)이며, 서울 동부구치소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방은 약 3.95평(13.07㎡)이다.
검찰은 주말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사무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내용을 정리하고 혐의 입증 자료들을 보강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책이나 TV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검찰 조사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에는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반 접견은 토요일에만 사전에 예약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따라서 가족이나 지인이 서울구치소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주중에 미결수용자(미결수)를 접견한 민원인의 경우 토요일 접견이 불가하고, 미결수는 하루에 1번 접견할 수 있다. 미결수는 양 전 대법원장처럼 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로 구금된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을 말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오전 2시쯤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감 전 신분확인, 건강검진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수인번호 ‘1222’가 새겨진 갈색 수의를 입고 수감됐다.
구속 첫날인 25일에는 첫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구속 첫날인 24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지 않았다. 새벽에 구속된 만큼 휴식을 취하고 추스를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양 전 대법원장은 24일 낮에 변호인과 가족 등을 접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한은 다음 달 12일까지다. 따라서 12일 전에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이후 10일이 지난 뒤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를 할 수 있고, 이 기간 내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재판 개입 의혹 등 4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사법부의 최고 결정권자였던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주도·지시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과 정치인 사건 청탁 관련 재판 개입 등 혐의들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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