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김모(32)씨는 최근 같은 부서 상사로부터 “나잇값을 해서 좋다”는 말을 들었다. 업무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대답도 큰 목소리로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상사는 “어린 친구들은 싫은 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얼굴에 티가 확 나는데 나이 먹고 입사한 그러지 않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10명 중 4명은 30대라는 조사가 나왔다. 기업들은 30대 신입사원들의 ‘업무 이해도 및 습득 속도’ ‘연륜에 따른 적당한 처세’ ‘조직 적응력’ 등을 높게 평가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신입사원을 뽑은 국내 기업 431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입사에 성공한 30대 신입사원 비율이 전체 신입사원의 38.4%였다고 7일 밝혔다. 절반 가까운 신입사원이 30대인 셈이다. 사람인은 “채용시장에 부는 한파 때문에 신입사원 연령도 날이 갈수록 고령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30대 신입사원이 20대보다 나은 자질로 ‘업무 이해도 및 습득 속도’(35.7%, 복수응답), ‘연륜에 따른 적당한 처세’(31.8%), ‘조직 적응력’(31.8%) 등을 꼽았다. 하지만 30대 이상 신입사원들 중 상당수는 이런 회사의 기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어렵게 대기업 계열사 입사에 성공한 A씨(32)는 작업을 하던 중 자신보다 어린 상사로부터 ‘나이는 어디로 먹었냐’는 말을 들었다. A씨는 “동기들보다 일도 조직 생활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는데 그 말을 들으니 위축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신입사원 B씨(30)는 기수장을 맡게 됐다. 평소라면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거부했을 법하지만 입사 동기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어쩔 수 없이 기수장을 하기로 했다. B씨는 “지금도 그만두고 싶지만 주변 눈치 때문에 그럴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신입사원 10명 중 4명이 30대였지만 대학생과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입사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은 나이 많은 신입사원 채용에 소극적이었다. 중소·중견기업 입사에 성공한 30대 이상 신입사원이 각각 39.9%, 32.6%였던 반면 대기업은 25.4%에 그쳤다. 한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했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30대 대리들이 30살 넘은 신입사원을 부담스러워 해 회사 차원에서도 이를 고려해 채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 들어가면 팀 막내랑 나이차부터 계산하게 된다”며 “막내보다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은 입사 연령 제한을 두고 있었다. 남성은 32세, 여성은 31세였다. ‘기존 직원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47.8%·복수응답)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조직 위계질서를 흐릴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38.1%나 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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