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언론사가 3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게임 야구대표팀 수장 선동열 감독이 국회에 보낸 입장문을 보도했다.
기사에 나온 선 감독의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LG 트윈스 오지환 선발에 대해 7명의 코치진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고, 최종 결정은 선 감독 자신이 했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는 비공개를 전제로 KBO를 통해 국회에 제출하거나 설명하겠다고 했다. 국회가 정한 법과 제도인 병역특례제도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사는 판결로, 국가대표 야구감독은 결과로 책임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나씩 짚어보자. 선 감독이 오지환 관련 자료를 ‘비공개’를 전제로 제출 또는 설명하겠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모든 국민이 오지환 선발 과정에 대해 궁금해한다. 선 감독이 말한대로 청탁이나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자료를 공개하면 모든 의혹이 사라진다. 또 국가대표 선수 선발 기준이 문서화되어 있는지, 있다면 이 또한 자신있게 공개하면 되는 것이다. 오지환 관련 자료가 무슨 국가기밀인양 감출 필요가 있나. 그래서 선 감독의 의도가 더욱 궁금하다.
다음은 코치진의 치열한 논쟁을 거쳤다는 부분이다. 그럼 회의록을 공개하면 된다. 누가 오지환을 추천했는지 서류로 말하면 된다. 그런데 회의록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선 감독이 직접 추천인의 실명을 말하면 된다. 이미 일부 언론이 해당 인물의 실명까지 거론한 상황에서 자꾸 덮으려 한다고 해서 없어질 일이 아니다.
병역특례의 경우 국회가 정한 법에 충실했을 뿐 오로지 야구만을 위한 병역 특례제도를 설계하지 않았다는 대목도 문제가 있다. 오지환 사태의 책임이 국회의 몫이라는 말로 들린다. 아니다. 법과 제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본래의 목적과 달리 이용하는 사람들에 있다. 선 감독이 자신의 말대로 잘못이 없다면 이번에 문제가 된 오지환 선발의 경우 누가 ‘설계’했는지 말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금메달을 딴 데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은 결과로 말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결과는 금메달이다. 그러나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실업야구 선수 위주로 구성된 대만팀에 패하고, 사회인야구 선수로만 구성된 일본팀에겐 쉽게 이기지 못했다.
경쟁 상대국의 선수 구성을 알고서도 선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과정이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 방식은 너무나 위험하다. 과정도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함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2018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시안 게임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에 과연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들은 오지환과 선 감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안게임을 병역 면탈 도구로 전락시킨 제도와 관행을 바꾸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그 중심에 있는 구단들의 병역 미필자 대표팀 끼워넣기의 실체가 밝혀져야 가능하다. 선 감독이 이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거나 보여주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선 감독은 4일 기자회견과 10일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선 감독은 오지환 선발과 관련된 국가대표 선수 선발 기준과 회의록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면 오지환을 언급한 이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모든 것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다시 ‘비공개’라는 단어를 언급한다면 거대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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