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남녀 간 분쟁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시 측이 급히 사과문을 올렸지만 비난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광명시는 30일 여성 5명이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내 얘긴 줄 알았어. 너희 남편도 그래?’라는 문구가 적혔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은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있었다. 기혼 여성들이 자신의 남편을 노골적으로 흉보는 내용이었다.
“너희 남편도 그래? 우리 애들 아빠는 꼭 퇴근하면 집에서 밥 먹는다고 들어와 갖고는 밥 차려주면 반찬 투정을 애들 보다 더한다니까.”
“집에 들어오면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어쩜 말끝마다 잔소리고, 아주 그냥 쿠사리대마왕이야.”
“말도 마. 우리 남편은 애들 좀 먹이려고 사놓은 과일이며 빵이며 귀신같이 알고 홀라당 지가 다 먹어버리고, 애들이 좀 놀아달라고 해도 아주 소파에 본드를 발라 놓은 거 마냥 꼼짝할 생각도 안 해.”
시는 이 게시물에 ‘자유부인’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해시태그는 단어나 여백이 없는 구절 앞에 해시기호(#)를 붙이는 표기법이다. 이 태그에 적힌 단어나 구절을 소셜미디어에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모두 나온다.
많은 네티즌은 이 게시물에 항의하는 댓글을 남겼다. 네티즌들은 게시물이 남녀 간 다툼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남성, 특히 ‘보통의 남편’을 폄훼하고 조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굳이 한 성별을 특정해 비난할 필요까진 없었다는 것이다.
시 인스타그램 담당자는 이날 오후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담당자는 “남녀갈등을 유발하는 콘텐츠를 게시한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면서 “원래 의도를 불문하고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광명시 인스타그램은 시민의 삶을 담으며 공감을 끌어내는 콘텐츠들로 꾸려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담았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웃어넘기며 푸념하는 정도의 내용일 수 있겠지만 현재와는 동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공공기관 공식 계정에 게시하기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 사료돼 바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시의 이 같은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사과문이 아니라 변명같다” “남녀갈등 조장을 떠나 그런 게시물을 공식 계정에 올려야 했나” 등의 댓글을 계속 남기고 있다.
비판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평소 좋아했던 계정인데 이렇게 손가락질 받는 게 마음 아프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재빨리 사과했으면 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웃자고 한 말인데 너무 예민하다”는 댓글도 있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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