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와 검찰에 근무하는 여성 8194명을 상대로 ‘성희롱·성범죄 경험’ 여부를 묻는 전수조사에서 무려 61.6% 그런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검사를 비롯해 법무부 본부와 각급 검찰청 및 교도기관에 근무하는 여직원 10명 중 6명이 성적(性的) 침해 행위 겪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의 응답률과 경험률 모두 이례적으로 높았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17일 서울고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법무부 장관에게 고충처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라고 권고했다. 대책위는 전국의 법무부 소속기관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8194명 전수조사에서 7407명이 설문에 응해 90% 응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서면으로 이뤄졌고 익명으로 기재돼 밀봉 처리된 응답지를 제3의 조사기관에서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1.6%가 성희롱 성범죄 등 성적(性的) 침해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3년차 이하 신입 직원 중에도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자가 42.5%나 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2015년 공공 및 민간 기관 성희롱 실태조사가 이뤄졌을 때 피해 경험률은 9.6%였다. 올해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조사를 했을 때도 6.8%에 그쳤다. 이번 법무·검찰 전수조사는 응답률도 이례적으로 높고, 경험률도 상당히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피해 경험 비중이 높은 데도 공식적인 고충처리 절차는 유명무실했다고 대책위는 진단했다. 각급 기관에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위원회가 열린 횟수는 단 3회였다. 성희롱 관련 고충사건을 처리한 사례도 18건에 불과했다.
피해 상담과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들은 ▲(신고해도) 달라질 게 없어서(31.3%)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4.8%)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아서(22.5%) ▲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서(18.2%) 등을 꼽았다. 대책위 측은 “여성 구성원 상당수는 성희롱 등 피해를 입었음에도 참고 넘어가거나 신속·공정한 처리 또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폐쇄적이고 전국적인 조직 특성상 소문 등으로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과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고충처리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소속기관 내부 결제 절차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장관 직속의 담당기구를 설치해 성희롱·성범죄 등 고충 사건을 모두 처리하게 하라는 것이다.
대책위는 아울러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에서 권고한 '성평등위원회'에게 성희롱 등 여부의 판단 및 행위자에 대한 형사 절차 및 징계 요구 등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제시했다. 또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고충 사건 처리 지침' 개정 및 행동수칙 마련 ▲법무·검찰 조직 내 구성원 대상 피해자 보호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도 함께 권고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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