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재건축 허용 ‘아파트 연한’을 늘리는 대신 ‘안전진단’ 문턱을 높여 재건축을 어렵게 하는 조치다. 서울에서 10만 가구 이상이 강화된 안전진단의 영향을 받게 됐다.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지의 준공 30년 안팎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런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안전진단은 재건축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추인데 절차와 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돼 형식적인 절차로만 운영 중”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안전진단 강화를 비롯해 전방위 재건축 규제로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선 “이미 재건축이 확정된 물량이 많아 공급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구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을 허용키로 했다. 지금은 주차장 부족이나 층간소음 등으로 주거환경이 나쁘다고 판단되면 구조안전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재건축이 가능하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안전성 항목의 비중을 월등히 높여 ‘안전하지 않은 아파트’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노후도 30%, 비용분석 10%다. 앞으로는 구조안전성이 50%로 높아지는 반면 주거환경은 15%로 축소된다. 시설노후 항목도 25%로 소폭 낮아진다. 다만 주거환경 항목에서 '과락' 수준인 E를 받게 되면 다른 평가항목과 상관없이 바로 재건축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안전진단 판정 결과 중 ‘조건부 재건축'의 실효성도 강화된다. 조건부 재건축은 안전진단 결과 구조 안전성에 큰 결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자체가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판정 유형이다.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경우 시설안전공단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시장·군수가 안전진단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인 ‘현지조사'도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이 참여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도정법 시행령과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을 21일 입법예고 및 행정예고할 예정이다. 이르면 3월 말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최초로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집값 급등 지역의 ‘공급부족론’에 대해 “지난해 관리처분을 서두른 재건축 단지가 많아서 신규 물량은 당분간 많을 것”이라며 “안전진단 강화로 인한 재건축 공급 축소는 10년쯤 뒤의 얘기이고, 그에 따른 대책을 또 마련할 거여서 공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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