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정체불명의 한국산 숙취해소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명은 ‘아이디에이치(IdH)’.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브랜드다. 하지만 실물을 보면 정체를 바로 알 수 있다. 배를 갈아 만든 음료. 미국 SNS 이용자들은 ‘배’의 필체를 영문으로 오독해 ‘IdH'라는 이름을 창조했다.
배를 갈아 만든 음료는 국내 여러 식음료 제조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다. 제품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제품 표면에 ‘배’를 가장 크게 썼다. 이 음료들은 배를 첨가한 주스다. 숙취해소제로 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음료들의 숙취해소 효능은 16일 검색엔진과 SNS에서 ‘IdH'를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술이 깨는데, 달고 맛있다”는 후기를 볼 수 있다.
남성잡지 GQ 미국판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잡지는 2015년 9월 19일 “숙취해소 효능이 좋다는 한국의 배 음료를 직접 실험했다”는 기사에서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 실험을 의뢰했다. 음주를 앞두고 이 음료를 마시면 실제로 숙취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통을 줄이는 효능까지 발견됐다. 연구를 지휘한 매니 녹스 박사는 “배에 알코올 흡수를 억제하고 소화를 돕는 효소가 함유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인터넷매체 마타도어네트워크는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 숙취를 해소하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해장국, 숙취해소제, 초콜릿 우유, 찜질방과 함께 배를 갈아 만든 음료를 소개했다. 배를 갈아 만든 음료의 효능을 정작 한국에서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셈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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