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메시지'는 역시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맞서 한·미 미사일 사격훈련이라는 '무력시위'를 지시하고 출국했지만, 베를린에 도착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 "제재·압박 당연… 하지만 열쇠는 결국 대화"
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 국제적으로 강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긴장감이 높아지다 보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핵이 있는 한 한반도 평화는 없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함께 가야 한다"며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경고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 지대인 한반도에서 냉전을 허무는 건 우리의 의무다. 한반도는 독일보다 분단 기간이 길고 독일은 주변 국가가 통일에 대해 우호적이었지만 한반도는 주변 국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분단을 극복했고 이란과 미국을 중재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 독일의 도움을 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수년간 이란 핵 협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화와 협상이 없다면 군사적 리스크는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오늘 시진핑 주석과 만나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책임과 노력을 말했고, 내가 느끼기에 두 나라가 이제 행동에 나설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미국·중국·러시아·유럽이 북한에 대해서 만큼은 한목소리로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통일 30년이 지난 지금 내적 통합을 이뤄가고 있고 그런 경험을 한국과 나누는 것은 의무이다. 통일이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독일의 경우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고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며 "사실 요즘의 언론 보도를 보면 한반도 통일 가능성이 지난 시간보다 작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 '북핵 문제 주도적 해결' 자신감 반영
문 대통령은 재독동포 200여명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도 '대화를 통한 평화'를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포들에게 "북핵 문제와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저와 새 정부를 믿으시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뜻을 같이했다"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역할과 대화 재개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한·미 공조는 굳건하고 갈등 요인도 해소됐다. 아울러 우리의 우방인 독일과의 협력도 더 공고하게 다지겠다"며 "메르켈 총리와 일자리 문제를 비롯한 경제통상 분야, 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양국의 유대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화 강조에 대해 청와대는 당장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이 아니라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다뤄나가는 원칙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북핵과 한반도 안보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화와 협상 프로세스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감하고 근원적인 북한 비핵화 추진'을 강조하고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주문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복귀하도록 강도높은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포괄적으로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게 문 대통령의 기본 구상이다.
이 같은 언급에는 주변 4강(强)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자신감이 묻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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