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컴플렉스 “글래스톤베리 공연은 15년 음악생활의 결과물”

Է:2017-06-29 04:45
:2017-06-29 13:26
ϱ
ũ
피터팬 컴플렉스가 지난 25일 영국 남서부 서머싯주 필턴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모습

“이번 공연은 우리 밴드의 15년 음악생활의 보상이자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죠.”

4인조 신스록 밴드 피터팬 컴플렉스는 지난 25일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현대 공연예술 페스티벌 무대에서 내려와 공연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지난 21~25일 영국 남서부 서머싯주 필턴에서 열린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1970년 시작된 세계 최고 음악 페스티벌이다. 입장권은 출연 뮤지션조차 발표되지 않은 개최 8개월 전에 판매되는데, 약 18만장이 판매 시작 10여분 만에 매진된다. 1000여팀이 공연하며 음악 장르는 록·일렉트로닉 음악부터 인도·아프리카 등 월드 음악까지 한계가 없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부지는 축구장 500개 넓이인 3.6㎢에 달한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전 세계 뮤지션에게 꿈의 무대다.

피터팬 컴플렉스가 이 ‘꿈의 무대’에 섰다. 지난 4월 발표한 싱글 ‘걷잡을 수 없는’을 피쳐링하고, 피터팬 컴플렉스가 만든 레이블의 첫 가수였던 프롬도 게스트 자격으로 함께했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앞서 2014~2016년 최고은, 술탄오브더디스코, 잠비나이 등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바 있다. 피터팬 컴플렉스는 24일과 25일 각각 래빗홀(Rabbit Hole) 무대와 라 푸시 팔러(La Pussy Parlure) 무대에서 45분, 1시간 공연했다. 25일 공연이 끝난 뒤 무대 근처 잔디밭에서 피터팬 컴플렉스를 만났다.
지난 25일 글래스톤베리 공연이 끝난 뒤 무대였던 라 푸시 팔러 (La Pussy Parlure) 근처 잔디밭에 앉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전지한(오른쪽)과 프롬

리더 전지한은 “가장 생각이 많았던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 음악을 하는 동양인으로서의 근본적인 물음부터 민족주의적인 물음까지 복잡한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피터팬 컴플렉스를 잘 모르는 영국인 만큼 공연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밴드의 고민도 컸다. 멤버 김인근은 “공연하기 전에 멤버들끼리 회의를 했는데, 멤버 김경인이 무대 위에서 전략을 미리 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가장 편한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피터팬 컴플렉스 공연을 일부러 보러오는 한국 관객을 배려해 ‘너는 나에게’와 같은 초기 앨범 노래를 선곡표에 많이 담았다.

이날 피터팬 컴플렉스의 라 푸시 팔러 공연엔 50여명의 관객이 모였다. 적은 편이었다. 반 정도는 한국 관객이었다. 지난해 술탄오브더디스코 공연이 밤 시간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 시간은 낮 시간이어서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불리했다. 무대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100여개 무대 중 작은 쪽에 속했다. 멤버들 표정에서 아쉬운 기색이 보였다. 장비 설정 문제로 공연이 약 5분간 중단된 실수 때문에도 멤버들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은 사뭇 뜨거웠다. 전지한은 “관객과 교감은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외국인들도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밴드가 마지막 곡으로 ‘첫사랑’을 부를 땐 대부분 관객이 빛을 막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전지한의 독특한 춤 ‘멘붕춤’을 따라했다. 한 외국인은 무대 바로 앞 펜스를 붙잡고 넋을 놓은 채 공연을 지켜봤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한국 관객에게 “저 밴드 누구냐? 진짜 음악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쟁쟁한 다른 공연을 제쳐두고 피터팬 컴플렉스를 찾은 한국 팬들에게도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오래된 팬인 김민수(23)씨는 “공연 후반 게스트 프롬과의 컬래버레이션 곡 ‘모닝콜’과 그들을 처음 알게 해주었던 예전 히트곡 ‘첫사랑’ ‘너는 나에게’ 등을 들려줬는데 수 많은 한국인 관객들이 다 같이 따라부르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터팬 컴플렉스는 이번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국내 대중음악 뮤지션으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번 공연이 성사된 데는 2014년 영국 런던 클럽 투어가 발화점 역할을 했다. 클럽 투어를 계기로 세 달 뒤 열린 영국 리버풀 사운드 시티 페스티벌에 초청받게 됐는데, 그곳에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존(Zone) 중 하나인 실버 헤이즈 존의 총 기획자인 말콤 헤인즈(Malcolm Haynes)를 만났다. 2014년 최고은 등 국내 뮤지션에게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기회를 준 이도 말콤이다. 말콤은 지난해 피터팬 컴플렉스에게 연락했다. 당시 여러 사정으로 실제 초청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말콤은 올해 또다시 피터팬 컴플렉스 관계자에게 연락을 해왔고 결국 공연이 성사됐다. 김경인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말콤이 잊지 않고 연락줘서 고마웠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피터팬 컴플렉스는 뮤지션이 아닌 관객으로서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즐겼다. 쉽게 올 수 있는 페스티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인근은 “안나 스트레이커(Anna Straker) 공연을 전지한과 둘이서 펜스 붙들고 넋놓고 봤다. 음악성이 뛰어난 것 같았다”고 했다. 김경인은 피닉스(Phoenix) 공연이 최고였다고 했다. 그는 “정말 피닉스를 좋아하는데 베이스가 세서 장풍으로 쓰러질 뻔 했다. 진짜 좋더라”고 ‘팬심’을 고백했다. 그리고 “어제(24일) 래빗홀 무대에서 공연을 준비하다가 익숙한 전주가 들렸다. 최근 차에서 많이 들었던 템플스(Temples)였다. 언덕배기를 일부러 내려가서 들었다”고 했다.

피터팬 컴플렉스의 목표는 무엇일까. 또다시 글래스톤베리에 오게 되면 다양한 색깔의 무대 중 어떤 무대에 오르고 싶은지 묻자 전지한은 “이번에는 작은 무대에 섰는데 좀 더 큰 무대로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만 “일단은 열심히 우리 음악을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원래 음악을 많이 내는 뮤지션이었는데 그게 멈췄다. 올해는 4월과 6월에 싱글을 냈다. 하반기에도 다작(多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신스록 밴드 피터팬 컴플렉스와 프롬이 지난 25일 영국 글래스톤베리 현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후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지한, 김인근, 김경인, 프롬, 이치원.



글래스톤베리=글·사진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