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듀나의 서평 '원더우먼 허스토리'…"원더우먼의 역사이자 20세기의 역사"

Է:2017-05-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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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홍일점 슈퍼 히어로인 원더우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원더우먼 허스토리’는 원더우먼 캐릭터를 만든 윌리엄 몰튼 마스턴(1893~1947)의 삶을 다룬 신간이다. 영화평론가 듀나가 출판사를 통해 본보에 보내온 서평을 소개한다.

드디어 패티 젠킨스의 영화 ‘원더우먼’이 개봉한다. 원더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첫 코믹북이 1941년에 나왔으니 76년 만에 이 주인공을 내세운 첫 실사영화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그 전엔 린다 카터가 원더우먼으로 나왔던 유명한 7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가 있었지만, 캐릭터의 유명세를 고려하면 각색물이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읽을 만한 책이 하나 나왔다.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질 르포어가 쓴 ‘원더우먼 허스토리’. 이 번역 제목은 아주 정확하지는 않는데, 사실 이 책은 원더우먼만큼이나 원더우먼의 창조자인 윌리엄 몰튼 마스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내적 모순이라면, 원더우먼과 윌리엄 몰튼 마스턴처럼 흥미진진한 주인공들을 찾기 힘들다. 원더우먼은 어떤 존재인가. 핀업걸처럼 아슬아슬한 옷을 입은 페미니스트 투사이다. 인류를 위해 나치와 미치광이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슈퍼히어로지만 툭하면 납치당해 결박당하는 본디지 페티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윌리엄 몰튼 마스턴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거짓말 탐지기를 발명한 심리학자 겸 발명가였지만 타고난 사기꾼이었고 마가렛 생거의 영향을 받은 전투적인 남성 페미니스트였지만 본디지에 집착하는 변태이기도 했다. 그는 맹렬 페미니스트인 아내와 역시 페미니스트였으며 심지어 마가렛 생거의 조카이기도 했던 여자친구와 같이 동거하면서 그들의 영향을 받아 DC 최고의 여성 영웅을 탄생시킨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원더우먼 허스토리’를 읽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처럼 읽힐지도 모르겠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성과학과 행동심리학의 부상, 페미니즘과 산아제한, 코믹북과 영화의 발전과 같은 동떨어진 주제와 소재가 정신없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과연 하나로 연결되기는 하는 건지 의심이 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소 수상쩍은 취향과 평판의 덩치 큰 심리학자의 일생에 수렴되어 아마존 여전사의 탄생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원더우먼의 허스토리는 코믹북 주인공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20세기의 역사이기도 하다. 단순한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종종 역사의 전위이기도 하다.

원더우먼의 창조자들은 페미니즘과 스톤웰 몇십년 전에 급진적 페미니즘을 선언하고 동성애를 긍정하고 일부일처제를 떠난 새로운 가족관계를 모색한 인물들이다. 그 과정이 어쩔 수 없는 수상쩍음에 의해 뒤틀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이 책을 읽고 윌리엄 몰튼 마스턴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안젤라 로빈슨의 전기 영화인 ‘Professor Marston & the Wonder Women’을 기대하시는 게 좋겠다. 마스턴 교수 역은 루크 에반즈가, 그의 아내와 여자친구를 레베카 홀과 벨라 히스콧이 연기한다는 이 영화는 세 사람을 둘러싼 양성애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글=듀나(영화평론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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