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올 크리스마스이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을 격퇴했다고 선언했지만 보코하람 지도자가 보란 듯이 나타나 위세를 과시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9일(현지시간) 아부바카르 셰카우 보코하람 지도자가 “우린 무사하다”며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보코하람 격퇴 선언을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셰카우는 이날 공개된 25분 분량의 영상에서 “우린 어디서도 제거되지 않았다”며 “어떤 전략과 전술로도 우리 근거지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하리 대통령을 향해서는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해선 안 된다”며 “정말 우리가 격퇴됐다면 이렇게 날 볼 수 있겠는가. 당신들은 얼마나 많이 우리를 거짓으로 죽여 왔는가”라고 저격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명확하지 않지만 시기는 지난 25일인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셰카우는 아랍어와 아프리카 하우사족의 언어 하우사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그의 곁은 마스크를 쓰고 무장한 대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앞서 수차례 셰카우를 사살했다고 선언했지만 셰카우는 영상으로 때마다 건재함을 과시했다.
셰카우는 목표를 분명히 강조했다. 영상에서 “목표는 칼리프가 다스리는 왕조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우린 나이지리아의 일부가 아니며 고유의 칼리프가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칼리프는 ‘신의 사도(무함마드)의 대리인’이란 뜻으로 이슬람 최고 통치자를 일컫는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정부에 맞서며 7년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마틴 이위 아프리카 안보문제연구소(ISS) 선임 연구원은 “2009년에도 나이지리아 정부는 보코하람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코하람은 더 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따라서 보코하람이 격퇴됐다고 선언하긴 너무 이르다. 중대한 진전이 있었지만 극단주의 세력이 각지에 남아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냈다.
보코하람은 ‘서양식 교육은 죄악’이란 뜻이다. 보코하람 무장세력은 02년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결성된 조직으로 인접 국가인 카메룬과 니제르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다. 14년에는 북동부 도시 치복의 한 학교를 급습해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지난해 3월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해 우려를 낳았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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