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페 사랑을 배우다
친구 하나 없는 외롭고 추운 땅에서 나는 매일 고독을 씹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동안 나는 나의 정체성을 내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찾았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 부모님, 누님들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은 감정은 내가 이성을 만날 때와는 또 다른 마음이었지만, 그 역시도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캐나다 생활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바라볼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가 아닌, 정말 꾸며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를 사랑하는 것, 주고 또 주고도 혹시 부족한 것이 없는지 돌아보게 되는 아가페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나는 지금의 아내 진아를 만났다. 그후 약 2년 반 동안 그녀는 그저 아는 동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아를 볼때 마다 가슴이 뛰었고 그 작은 설렘은 어느 순간 소용돌이로 바뀌었다. 나는 마음을 담아서 진아에게 고백했고, 일주일 후 진아는 나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 사랑은 나를 바꾸어 놓았다.
진아와 결혼 한 지 15년, 난 아직도 진아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만약 나에게 진아를 만날 때 마다 아직도 떨리고 설렘이 있냐고 묻는다면, 난 솔직히 ‘아니 전혀’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그럼 나는 진아를 이제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비록 설렘은 없지만, 난 처음 진아를 만났을 때보다, 진아가 나의 고백을 받아준 그 날보다, 그리고 우리가 달콤한 첫 키스를 했던 밤보다, 지금 더욱 진아를 사랑한다.
이 사랑은 설렘으로 표현되는 사랑 보다는 ‘아가페’ 그리고 ‘애정’ 으로 표현될 수 있는 서로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런 사랑이다. 난 결혼식 날 선언한 것처럼 검은 머리가 파 뿌리 되도록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나의 아내를 사랑하며 살 것이다.
나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진짜 사랑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종종 사랑을 부정했고 불신했으며 냉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만은 버리지 않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나 역시 사랑이 무엇인지 완전하게 이해하진 못한다.

먼저 나 자신부터 사랑하기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인 씨에스 루이스(C.S Lewis)는 사랑을 필요의 사랑 (Need Love) 과 주는 사랑 (Gift Love) 그리고 감상의 사랑 (Appreciation Love) 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필요의 사랑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바로 “I love you because I need you( 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해요) 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또는 주는 사랑은 "I love you so I can die for you(난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감상의 사랑은 “Wow, you are so beautiful!(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한 사랑 (Need Love)은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취급하기 쉽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원하고,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에 앞서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외모, 나의 가정환경, 나의 성품까지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다면, 그리고 수용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어려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와 환경 그리고 업적을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리고 유일한 존재로 태어난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의 걸작품 (Master piece) 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하나님의 걸작품인 것이다. 걸작품을 어떻게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리고, 사랑해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주위 사람들은 사랑한다.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혹은 잘못된 사랑 때문에 목숨까지도 끊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도 ‘사랑’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연세대 스포츠 레저학과 전용관 교수다.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는 매주 금요일 연재된다. 이 칼럼은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혹은 사랑에 서툰 청춘들에게 훌륭한 연애 네비게이터가 돼 줄 것이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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