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빠다10>2월21일 자매의 해후

Է:2016-05-23 23:03
:2016-05-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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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만에 만난 언니, 아이가 아프면 이산가족이 된다.

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세종 집으로 돌아와 큰 딸을 씻겼다. 아내가 늘 하던 일이었다. 둘이 욕조에 같이 들어가 제발 나오라고 사정할 때까지 물놀이를 즐겼는데 오늘은 윤영이 혼자 욕조에 오도카니 앉아있더니 십분도 안돼 욕조에서 나오겠다고 했다. 윤영이를 재우고 식탁에 홀로 앉아있으니 집이 절간 같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하는데 덕을 못 쌓아 세종에 가족이 함께 왔다”고 종종 우스개 소리라고 술자리에서 지껄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할 말이 아니었다.
인영이가 서울로 치료받으러 올라간지 3주 만에 언니를 만났다. 항상 의지하며 함께 놀던 자매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인영이는 열은 ‘이유 없이’ 잡혔는데 저녁부턴 설사가 시작됐다. 낮에 스파게티가 나왔는데 소스가 너무 세지 않았나 란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아침마다 가슴 정맥관을 통해 수혈을 해 가는데 오늘은 초짜 간호사가 피를 뽑고 빨리 시험관에 옮기지 않아 피가 굳었다며 2번이나 채혈을 다시 해갔다. 3번째 채혈 시도에서 가슴관 줄이 막힌 거 같다며 팔뚝에서 채혈해야할 거 같다는 초짜의 말에 아내가 폭발했다고 한다. 결국 사수 간호사가 와서 가슴관 바늘을 예정보다 일찍 교체한 뒤 채혈을 해갔다. 인영이는 바늘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나와 아내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으니 “아야야야”하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척수주사 맞을 때처럼 나는 인영이 몸에 바늘을 꼽히는 모습에 고개를 돌렸지만 아내는 간호사가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듯 똑바로 쳐다봤다.
그래도 면역수치는 촉진제 주사의 영향인지 360까지 올라갔다. 지난 10일 항암이 시작됐으니 어느새 1차 관해치료 일정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셈이다. 지금처럼만 잘 견뎌주면 영상전화를 하며 아빠와 언니가 집에 있는 것을 보고 억울한 듯 “아빠 집(에있어), 언니 집”이라고 외친 인영이에게 1주일의 ‘집으로의 휴가’가 곧 도래할 것이다.
두 자매는 뽀뽀를 한 뒤 헤어졌다. 다시 큰딸을 데리고 세종으로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고 서러웠다.

어제는 윤영이를 데리고 서울에 왔다 갔다. 아침에 호기롭게 차를 몰고 나왔다가 정안IC도 못 가 막히는 차량 행렬에 질려 천안아산역에 차를 세워놓고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무균병동은 면회가 금지되기 때문에 두 자매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해후했다. 
세종으로 윤영이만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대전 어머니 집에 들려 저녁을 먹었다. 2년전 아버지 돌아가신 뒤론 최소 일주일에 한번은 찾아갔었는데 근 한달 만 이었다. 부모보다는 자식이 먼저인 듯 싶었다.
주말 서울에 머물며 반가운 두 분도 만났다. 토요일 밤에는 저녁을 건너 뛴 걸 어찌 알았는지 사회부장인 태원준 선배가 찾아와서 불고기를 사줬다. 태 선배와는 파업 때를 제외하고는 같은 부서에서 한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인연’이 있다.  오늘 오전에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오셨다. 손주랑 비슷한 나이의 인영이가 눈에 밟혀 찾아왔다고 했다. 기자의 감각으로 볼 때 ‘얘기되는’ 몇몇 말씀도 하셨지만 머리 속에서 잠시 반짝였다 3초 만에 꺼졌다. 내게 절실하게 기도할 때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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