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발(發) ‘국회법’ 중재안으로 해법찾나…시행령 수정 위헌문제 협상 청신호?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 권한을 명시해 위헌 시비가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내놓은 ‘자구(字句)수정 중재안’이 마지막 대안으로 떠올랐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기 전 이번 주가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자구 수정으로 접점 찾나=정 의장 중재안은 ‘국회 상임위는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를 ‘요청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게 골자다. 또 ‘중앙행정기관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를 ‘검토하여 처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로 고치도록 했다. 국회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요청했을 때 정부가 이를 검토해 처리토록 함으로써 행정입법권 침해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정 의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을 접견한 뒤 함께 배웅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이런 중재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남은 방법은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 여부에 대해 여야가 합의된 의견을 공표하거나 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라며 “둘 모두 야당으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위헌 소지가 완전히 없는 걸로 깨끗하게 해서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야에 주어진 시간은 사흘 정도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를 기다리겠지만 무작정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안 이송이) 이번 주를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 강경파 설득이 관건=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 강경파들이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국회를 통과한 안인데 수정을 검토한다면 211명의 투표가 뭐가 되나”라며 “원내에서 일부가 찬성하더라도 그럴 순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하라. 국회에서 또 표결(재의결)해 원칙대로 가면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는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해법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내지도부가 중재안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재의결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정부 이송 전 여야 합의는 불가능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표결하지 말고 폐기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나왔다.

자구 수정 절차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번복하고 새 안을 의결하는 번안이 야당의 반대로 불가능해지자, 자구 수정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의안의 의결이 있은 후 서로 저촉되는 조항·자구 정리가 필요할 때 이를 의장에 위임할 수 있다’는 국회법 97조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단순히 자구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법안의 취지와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어서 97조를 적용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일단 여야 협상을 지켜보고 법안이 넘어오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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