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희망 선교선’ 로고스 호프, 직접 둘러보니…

Է:2014-05-3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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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희망 선교선’ 로고스 호프, 직접 둘러보니…

지난 29일 오전 9시 40분쯤. 울산시 남구 울산항 일반부두에는 길이 130m, 무게 1만2000t급 대형선박 한 척이 접안했다. 선체를 흰색으로 칠한 배는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뤘다. 선수(船首)에는 세월호 참사를 위로하는 노란 리본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선박 중앙부 꼭대기엔 입항 국가를 알리는 태극기가 휘날렸다. ‘떠다니는 유엔’, 로고스호프(Logos Hope)가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한국에 안착했다.

이날 울산 지역 교인 50여명은 로고스호프를 환영하기 위해 부두에 나왔다. 한복을 입은 이들은 만국기를 흔들었고 ‘아리랑’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전 세계 50여 개국 출신 승무원과 스태프 370명도 갑판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입국심사와 검색 과정이 끝나자 승선 허가가 떨어졌다. 배에 오르자 넓은 라운지부터 눈에 들어왔다. 식당과 콘퍼런스실, 안내 데스크 등이 있는 5층은 마치 외국의 국제공항을 방불케 했다. 말끔한 옷차림의 다국적 승무원들이 따뜻하게 인사하며 다가왔고 내부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은 영어와 한글 표시로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TV에는 이날 일정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방문객들은 배에 오르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비상시 안전교육을 겸한다. 담당인 나탈리(여·26·러시아)씨는 “체리 레드(Cherry Red)라는 음성 구호가 3번 반복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는 항구 정박시 사용하는 비상 명령”이라고 말했다.

라운지에서 만난 로고스호프 로이드 니콜라스(59) 단장은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들을 애도하기 위해 일본을 떠나면서 선체에 노란 리본을 그렸다”며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민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고스호프 운영을 총괄한다.





로고스호프는 세계 최대 선상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5000여종 총 80만권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에 맞춰 국내 서적 500종도 판매한다. 서적은 기독교 서적뿐 아니라 교육이나 취미·생활 전반에 대한 책이 많아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 기부하고 있다고 안내를 맡은 매튜 힌드맨(24·영국)씨는 설명했다.

서점에는 한국인 스태프도 일하고 있었다. 지난 2월 태국에서 승선했다는 최윤정(23·여)씨는 “모든 승무원은 하루 8시간 이상 노동하는 게 정해져 있다”며 “전 세계를 다니며 희망을 전하는 일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선상 서점 투어를 끝내면 방문객은 ‘삶의 여정(Journey of Life)’을 주제로 하는 삽화와 동영상 코스를 지나게 된다. 현대판 ‘탕자의 비유’를 소재로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했다. 국제적 이슈인 에이즈와 가난의 문제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관도 설치돼있다.

로고스호프는 국적과 문화, 언어를 초월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기도와 예배, 노동을 통해 하나님과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 승무원과 스태프의 70%가 18~30세 미만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 2년 동안 생활한다. 한국인은 기관사를 포함해 28명이다. 이날 만난 다국적 승무원과 스태프는 자부심과 비전, 사명감이 분명했다.

레이첼 치샤(26·여·잠비아)씨도 그중 한 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전통 모자를 쓴 그는 선천성 안면 기형으로 왼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게의치 않았다. 치샤씨는 “배에 오르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님이 사용하시길 바란다”며 “하나님의 사랑은 광대하다”고 말했다. 1세 때 모친을 잃은 뒤 14세 때 남아공 OM선교회 선교사에게 입양된 치샤씨는 오는 9월 2년간 봉사를 마치면 부모를 도와 선교사역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필리핀에 갔던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구제사역을 도왔던 그는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한 소년이 불타는 집에 들어가 성경책을 들고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저 같았으면 새로 성경을 샀을 텐데 그는 마치 보물을 들고 나오는 것 같아 보였다”며 “성경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주님의 손에 붙잡혀 있다”며 “아무도 그의 허락 없이 인생을 부정하거나 낭비할 수 없다. 우리는 주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고스호프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 친구도 사귀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과 아프리카인들의 심성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말 ‘정(情)’도 알고 있다”고 했다.

홍콩계 영국인 캐서린 체(27·여)씨는 이전에 둘로스를 탔던 목회자를 통해 로고스호프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로고스호프 생활에서 “큰 기도뿐 아니라 작은 기도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섬세하고 친밀하게 주님의 인도를 구하며 세미한 그의 음성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로고스호프의 가장 큰 매력은 50여 개국 출신 승무원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연합하는 것이라면서 “로고스호프를 흔히 ‘유엔(UN)’이라고 부르는데 이 안에 있으면 연합하게(united)게 된다”고 말했다.

로고스호프는 다음달 3일까지 울산에 머문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만 12세 이하는 성인과 함께 동반 입장해야 하며 신분증이 필요하다. 다음달 2일에는 지역교회 목회자를 위한 ‘리더십 멘토링 세미나’도 선상에서 열린다. 로고스호프는 6월 5일~7월 7일(부산), 7월 11~19일(군산), 7월 30일~8월 18일(인천)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며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리더십 훈련과 개발, 문서사역을 펼친다. 선령(船齡) 41년을 맞은 로고스호프는 1973년 독일에서 건조됐다. 2005년 국제OM선교회가 구입해 첨단 항해장비를 보강하고 리모델링 등을 거쳐 2009년부터 운항중이다. 선교회 소속 배로는 4번째다.







울산=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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