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79)] 쓰레기 매립장의 붉은 호박
연휴 때 나오시마 섬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했다.
나오시마 섬은 제련소 때문에 공해 문제가 있던 어촌이었다. 그러다 오일쇼크 이후 제련소의 경기가 침체되고 주민들이 하나 둘 섬을 떠나게 되었다. 점차 쓸쓸한 섬으로 변해 가더니 어느덧 쓰레기 매립지가 되어 버려진, 폐허의 섬이 되고 말았다.
이 때 한 기업이 청소년 수련장과 직원들의 연수원으로 쓸 목적으로 섬의 25% 가량을 매입했다. 그러다 ‘이 섬을 문화 관광지로 만들자’는 자문위원의 의견을 들었고, 기업은 저명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에게 섬 전체의 설계를 의뢰했다.
안도 다다오는 지중 미술관과 베네세 그룹의 미술관 겸 호텔을 디자인했고, 그룹은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준비했다. 안도 다다오는 세계적인 미술가들과 연대해 폐가 몇 채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빨간 호박 한 개와 노란 호박 한 개를 해안가에 세웠는데, 이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국제 미술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기획했다.
이 축제는 크게 성공했고 이를 계기로 섬을 떠났던 주민들이 하나 둘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집을 개조하여 카페를 만들고 식당을 만들고 집들을 단장했다. 지금은 인구 4000명이 되었고 해마다 6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이 섬을 찾게 됐다. 그 여파로 섬 주변의 군소 마을에서도 호텔, 식당 등이 호황을 누리게 됐고 나오시마는 죽었던 마을에서 살아있는 마을로 탈바꿈 되었다.
한 사람의 예술가와 하나의 기업이 성공적인 희망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예술이 갖는 힘은 정말 크다. 또한 이것을 인간의 삶에 구체적으로 연결시킨 기업의 힘 또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안도 다다오 작품이라는 건물 앞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관람을 위해 한 시간을 기다렸다 들어갔다. 건물 내부는 모두 캄캄한 어둠 속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내인이 마지막에 무언가 보인다고 한다. 그래도 깜깜한 미술관 안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아무 것도 못 보고 나왔다. 누군가는 희미한 숫자를 보았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밖으로 나온 후 ‘예술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크게 웃었다. 솔직히 현대 미술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예술 자체가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느끼는 것만이 다가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한국에도 이런 작품을 하는 작가들이 있다. 한 번쯤 폐허나 탄광 지대, 섬 등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 놓고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는 행사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각 지자체가 청사를 지을 정도의 돈만 있다면 이런 일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여기에다 뜻있는 기업들도 발 벗고 나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또 ‘재벌이 땅 투기 한다’고 말할까봐 두려워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제는 테마가 있는 삶이 중요하다. 이해되지 않는 미술품을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리를 삶의 테마로 제공한다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이 되겠는가. 기독교 예술인들과 기독교 기업인들도 한 번쯤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다. 능력껏 조그만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감이 있다.
우리의 역사인 순교자들의 삶, 이 나라를 개화시킨 기독교 선교사들의 삶을 테마로 제시한다면 한국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기독교 성지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어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님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끼고 생산하는 능력을 주시고 이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옵소서.”
폐허의 섬이 생동감 넘치는 섬으로 탈바꿈한 나오시마 섬을 빠져 나오며 드린 기도 내용이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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