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22대 임금 정조(1752∼1800)는 대중문화계의 스테디셀러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의 아들, 왕에 오른 뒤엔 역모에 시달린 임금, 그럼에도 성군(聖君)의 역사를 써내려간 사람….
잇속에 밝은 방송사나 영화 제작자들이 이러한 드라마틱한 개인사를 놓칠 리 없다. 정조는 그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재탄생했고, 이들 작품 중 상당수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30일 정조의 삶을 다룬 영화 한 편이 또다시 관객을 찾아간다. 바로 ‘역린’(감독 이재규)이다. 제작비 120억원을 쏟아 부은 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가 된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다.
22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역린’을 미리 만나봤다. 영화는 정조 즉위 1년이던 1777년 7월 28일 자객이 정조의 침전까지 침투한 사건인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했다. 당시 정조의 나이는 겨우 스물다섯 살. 영화는 ‘청년’ 정조가 보낸 불안과 고독의 청춘을 그려내며 정조를 다룬 숱한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차라리 살고 싶지 않았다’=‘역린’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정유역변의 밤, 검은 옷을 입은 자객들이 정조가 거처하던 존현각을 둘러싸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러면서 정조가 쓴 일기의 한 구절이 스크린에 새겨진다. ‘두렵고 불안하여 차라리 살고 싶지 않았다.’
이후 영화는 정유역변이 일어난 당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적(敵)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는 정조의 궁색한 처지를 보여준 뒤 치밀하게 전개되는 역모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정조의 최측근인 상책(尙冊·임금의 책 관리를 맡은 인물) 갑수(정재영), 왕을 암살하는 임무를 맡는 살수(殺手) 을수(조정석), 살수를 길러낸 인물 광백(조재현) 등의 개인사가 비중 있게 담긴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김성령), 정조와 대립각을 세우는 정순왕후(한지민) 등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들 수많은 캐릭터의 내력을 설명하는 데 상영시간(135분)의 상당 분량을 소진하면서 전반부가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갑수와 을수의 기구하게 얽힌 인연, 그리고 두 사람의 비극적 해후를 다룬 장면 등은 진부하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을 듯하다.
물론 눈길을 끄는 장면도 많다. 특히 철저한 고증에 상상력을 보태 만들어진 의상과 갖가지 소품 등은 제작진의 정성을 짐작케 한다. 영조가 죽은 뒤 1년 후가 배경인 만큼 ‘역린’ 속 정조는 그간의 드라마 속 모습과 달리 하얀색 곤룡포를 입고 있다. 선왕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다. 도르래를 이용해 모든 문이 열고 닫히는 요새 같은 임금의 거처, 존현각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화려하게 돌아온 현빈=알려졌다시피 주인공 정조 역을 맡은 인물은 바로 톱스타 현빈이다. 2012년 12월 해병대를 전역한 그는 수많은 작품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이 영화를 선택했다. 현빈의 팬이라면 ‘역린’에서 보여주는 그의 매력에 또다시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화 후반부 자객들이 들이닥치자 이들을 상대로 활을 쏘며 대응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근사하게 느껴진다. 일부 장면은 패션화보 같은 느낌까지 준다.
MBC 드라마 ‘다모’(2003) ‘베토벤 바이러스’(2008) 등을 연출한 이재규 PD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제목 ‘역린(逆鱗)’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뜻하는 한자어로 왕의 노여움을 의미한다. 15세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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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에 시달리는 ‘청년’ 정조의 불안과 고독… 현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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