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생매장은 말씀에 위배”… 사람과의 공존, 동물 복지
1186만8000. 올해 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후 정부가 석 달 동안 살처분한 닭과 오리 마리 수다. 하나님은 홍수 심판 후 인간에게 육식을 허락했으나 무자비한 살생을 금지하셨다(창 9:2∼6). 동물의 생명도 거룩하다고 했다. 교계에서는 대량 살처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년 동안 약 4000만 마리 닭 돼지 소 죽음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닭과 오리 12만여 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AI는 닭과 오리 등 조류에서 발견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사람에게도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이후 2∼3년을 주기로 발생, 지금까지 모두 35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2010∼2011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소와 돼지 35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구제역은 발굽이 갈라진 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최근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주최한 기도모임에 참석한 박미영(55·남서울예수교회)씨는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피조물의 청지기 임무를 주셨는데 크리스천은 오히려 정복자 의식을 갖고, 동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AI 발생 초기 농가 반경 3㎞ 지역의 닭과 오리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 단체는 “가축 질병을 관리하는 국제기구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발생 농가 반경 500m 안에서 선택적 살처분을 권고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묻지마’ 살처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FAO 공장식 밀집사육 원인 지목
현재 진행되는 일부 살처분은 ‘생매장’ 살처분이라고 시민단체는 주장한다. 닭과 오리를 산 채 자루에 담아 땅에 묻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도살 시 불필요한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 가스나 전기를 이용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만든 뒤 도살을 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매뉴얼을 마련했는데 일부 지역에서 생매장된 사례가 보도됐다”고 했다.
실천윤리학의 대가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 ‘죽음의 밥상’ 등 여러 저서에서 “인간이든 동물이든 고통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동등하기 때문에 동물의 생명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구제역을 비롯한 가죽 전염병의 주요 원인은 공장식 밀집사육(Factory Farming)이라고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보고 있다. 한정혜(67) 복지교회 목사는 “AI는 비정상적 사육 과정에서 생기는 질병인데 동물을 무자비하게 죽인다는 게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 축산농가에서는 돼지는 축사에서만 지내다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일생에 한 번도 풀밭을 밟지 못한다. 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A4 복사용지 크기 우리에서 알을 낳다 생애를 마친다고 한다.
‘동물복지’ 도입 위한 시민운동
기독교환경연대와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17개 종교 및 동물보호 단체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축 살처분 방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과 불법 생매장을 중단하라. AI 예방백신 제도를 도입하고, 공장식 밀집사육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전염병 예방 대책과 축산업 구조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안홍철(45) 기독교환경연대 사무총장은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는 것은 닭을 생명체가 아니라 단가 3500원짜리 상품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약속한 하나님의 말씀(창 9:9∼11)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예방 차원에서 친환경 축산 정책에 관심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 처우 개선을 위한 운동은 전 세계적이다. 유럽연합(EU)은 100만명의 청원서를 제출받은 뒤 동물복지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좁은 닭장(Cage) 사육, 지난해는 돼지 사육틀(stall) 사육을 금지했다. 동물학자 제인 구달은 저서 ‘희망의 밥상’에서 동물의 생명체다운 삶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캠페인에 참여하라고 권유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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