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첫 출격 첫 승 Good∼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에게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올 시즌에서 대활약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23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메이저리그 호주 개막 2연전 2번째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많은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했던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완벽했다.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다저스는 7대 5 승리를 거뒀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앞세워 승리했던 다저스는 2승을 챙기고 기분 좋게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류현진은 경기가 끝난 뒤 “첫 스타트를 잘 끊어 기분이 좋다. 더 많은 이닝 던졌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5회까지만 던진 것은 발목 부상이 아니라 주루 플레이 도중 발톱을 약간 다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완벽해진 제구력=류현진은 이날 6-0으로 앞선 6회말 크리스 위드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5회까지 87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55개를 잡아냈다. 구종별로는 직구 51개(58.7%), 체인지업 19개(21.8%), 슬라이더 13개(14.9%), 커브 4개(4.6%)로 지난해와 비슷했다. 구속은 직구 최고가 148㎞였고, 대부분 140㎞ 초중반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다소 느렸다.

하지만 류현진의 이날 공은 가운데로 몰린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제구를 뽐냈다. 이날 류현진은 초반엔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썼지만 이후엔 슬라이더와 커브를 주로 썼는데, 커브가 매우 위력적이었다.

특히 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로의 공은 의심의 여지없이 스트라이크였다. 여기에 타자 무릎 근처로 깊숙이 꽂아 넣는 몸쪽 공의 제구도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된 공에 애리조나 타자들은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안타도 2개뿐이었고, 장타도 없었다. 커쇼는 이날 경기 중 현지 중계진과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제구력이 부럽다. 모든 곳으로 원하는 공을 던질 줄 안다. 똑같은 구종을 같은 위치로 던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안정감 더해진 위기관리 능력=류현진은 지난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날도 주자가 누상에 나가면 후속 타자들을 삼진이나 범타로 처리했다.

류현진은 4회말 다저스 수비진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3번 타자 폴 골드슈미트의 평범한 직선타를 2루수 디 고든이 포구하지 못해 출루를 허용한 데 이어 4번 타자 미겔 몬테로의 유격수 땅볼 때 헨리 라미레스(유격수)와 디 고든의 불협화음으로 주자와 타자를 모두 잡지 못해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잇단 수비진의 실책성 플레이로 흔들릴 수 있었지만 류현진은 이어진 타자 마크 트럼보와 헤랄도 파라를 우익수 뜬공과 삼진으로 침착하게 잡아냈다. 또 5회말 처음으로 볼넷을 허용했으나 상대 1번 타자 A.J. 폴락을 유격수 앞 땅볼로 병살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빅리그 2년차를 맞은 류현진에게서 돋보였던 것은 안정감이다. 지난해의 경우 피안타 수에 비해 위기관리능력이 빛났지만 안정감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범경기 때부터 피안타 자체가 확 줄어 위기 상황이 줄어들고 있다. 덕분에 지난 시즌 1회에 안타와 점수를 허용하는 ‘1회 징크스’는 시범경기 때는 물론 이날도 찾아볼 수 없었다.

◇MLB닷컴 “류현진 등이 승리의 주역”=경기가 끝난 후 돈 매팅리 감독은 “호주에 와서 2연승을 하게 돼 기분 좋다. 커쇼와 류현진이 정말 좋았다”라며 두 투수의 호투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반은 류현진 덕분에 좋았지만 끝이 좋지 못했다”며 7-0으로 앞서가다 무려 5점을 내준 불펜진의 부진을 꼬집었다.

한편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류현진(한국), 야시엘 푸이그(쿠바), 후안 유리베(도미니카) 등 다저스의 ‘다국적 군단’을 개막 2연전 승리의 주역으로 꼽았다. MLB닷컴은 특히 “류현진은 공격에서도 안타와 득점까지 올렸다”고 ‘타자 류현진’을 치켜세웠다. 호주 스포탈뉴스는 “한국의 스타 류현진이 호주에서도 빛났다”면서 “슈퍼브(superb·최고의)의 한국말을 안다면 이름 앞에 붙이고 싶다”고 전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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