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영찬] 의료비 걱정 없는 사회를 바라며

우리 국민들은 국내총생산(GDP)의 7% 정도를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 중 가계지출 비중은 3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0.1%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가계소득의 3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전체 가구의 4%에 달한다.

특히 암, 심장·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인 ‘4대 중증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건강보험 가입자는 160만명에 달하며, 의료비는 고액진료비 상위 50개 질환 의료비의 6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모두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되었고, 이번에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이 나온 것이다.

4대 중증질환 의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비급여는 올해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에는 치료에 꼭 필요한 것도 있지만 효과에 비해 가격이 비싼 최신 의료서비스나 미용·성형 등 치료와 직접 연계되지 않는 경우도 섞여 있다.

치료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 체감효과는 줄어든다. 더구나 비급여 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의료비에 비해 2배가량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과 보장 강화의 우선순위를 감안해 종합적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4대 중증질환 치료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8600억원 규모)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지금까지 환자가 전액 부담했던 비급여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거나 보험이 적용되는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건강보험을 확대한다.

둘째, 치료에 활용하지만 아직은 고가라서 비용 효과성이 낮은 의료서비스(5400억원 규모)는 본인부담률을 상향조정하고, 주기적으로 재평가해 본인부담률을 낮출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성형·미용 등 치료와 직접 연계되지 않는 의료서비스(1000억원 규모)는 비급여로 남겨두되 가격 공개를 활성화하고, 영수증 서식을 개선해 환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에 따라 2016년까지 모든 필수의료서비스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며 향후 5년간 총 9조원, 신규로는 2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원은 건강보험 적립금과 재정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조달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의 직접적인 확대 외에도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연계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저소득층이 4대 중증질환으로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한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 또 소득수준에 따라 연간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의 상한을 정하고, 그 이상은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본인부담상한제의 기준을 세분화해 저소득층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치매·심뇌혈관질환 등 질환별 특성에 맞는 예방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운동·금연과 같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등 의료비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선제적 예방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면 환자의 의료이용 비용이 낮아지면서 서비스 이용이 대폭 증가하거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 늘어나고 환자들이 대형 상급병원에 더 집중되는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한다. 국민들도 건실한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 적정한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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