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사회주의·자본주의·민주주의

Է:2012-12-10 18:46
ϱ
ũ

미국의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89년 ‘역사의 종언’이란 논문에서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탈냉전 사태를 예견하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경쟁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간의 숱한 이념대립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가 모든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고 우위에 서면서 종료됐다는 얘기다.

이는 1806년 예나전투에서 프랑스 국민군대가 나폴레옹의 지휘로 전근대적 절대국가 프로이센을 물리치는 것을 보면서 독일 철학자 헤겔이 “역사는 끝났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것은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이 내세운 이념, 즉 자유, 평등, 박애에 대한 찬사였다.

그러나 역사는 그리 간단히 끝나지 않는다. 시민혁명 직후 혼란기에 권력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1799년 500인회를 해산시키고 원로원을 움직여 제1통령에 즉위해 군사독재를 펼쳤으며 급기야 1815년엔 황제에 등극할 정도로 반혁명의 주인공으로 변질됐다.

자유민주주의도 ‘자유’에 과도한 힘이 실리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범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폐해가 봇물 터지듯 번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자유시장경제, 자본주의 만만세를 외쳤던 사람들은 지금 자본주의의 한계를 다시 한번 경험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사전 전문출판사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의 자본주의에 선을 긋고 공동체와 지역 및 시민사회 전체를 우선시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결과일 것이다. 우선 자본주의의 존재감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고 사회주의의 이상을 곱씹어보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흔히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대립된 개념이라고 생각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사회주의에 대비되는 이데올로기는 개인주의, 자유주의가 더 정확할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가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기본 원리에 입각해 작동되기 때문에 사회주의의 대립 개념으로 거론될 뿐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는 과거 전체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었던 사회주의는 물론 아니다. 자유만능주의에 매몰됐던 자본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평등원리가 작동될 수 있는 형태로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수렴, 그리고 그 가치의 민주주의적 실현이 새로운 인류역사의 시작이 될 것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