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의류 ‘위험한 아시아 공장’… 브랜드만 명품, 노동환경 불량품
값싼 노동력으로 세계적 의류업체들의 생산 중심지로 떠오른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에 26일 또 화재가 발생했다. 작업장에 갇힌 채 120여명이 질식 사망한 인근 의류공장 화재 발생 이틀 만이다. 수천명의 노동자들은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며 안전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수도 다카 교외에 있는 12층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들이 건물에 갇히거나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화재 원인과 사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이은 화재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자 다카 일대 200여개 공장은 문을 닫았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는 월마트, 까르푸, 이케아 등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에 납품돼 왔다.
노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국가 중 한 곳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이를 저지하는 기업, 정부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운동가 아미눌 이슬람씨는 지난 4월 다카 교외에서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정부 고시 최저 임금은 월 37달러다.
세계적 의류 브랜드의 값싼 생산기지는 대다수 빈곤국이다. 화려한 패션 산업 이면에는 비상구 하나 없는 공장에서 일하다 화재로 사라져가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깔려 있다. 지난 9월 12일 파키스탄 카라치 의류공장에서는 노동자 289명이 사망했다. 노동자들은 폐쇄된 출구와 비상구, 쇠창살로 막힌 창문을 뚫지 못하고 질식사했다. 노동자 무함마드 페레즈는 “관리자에게 불평하는 사람들은 해고됐다”고 털어놨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옷은 독일의 최대 섬유 할인 체인 키크(KIK)에 납품됐다. 키크가 파키스탄 노동자의 유가족에게 전한 보상금은 1인당 1730달러(한화 187만7000원)였다.
‘싼값’은 나쁜 거래를 눈감게 한다. 네덜란드의 섬유산업 인권단체 ‘깨끗한 옷 캠페인(CCC)’은 “세계적 의류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의류공장이 곧 ‘죽음의 덫’임을 알고 있다”면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는 범죄적 태만 행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갭(GAP), H&M, 넥스트, 유통업체 월마트는 하도급공장의 인권 남용 등으로 인도에서 고발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노동자 샤카마(42·여)씨는 “관리자들이 개, 원숭이라고 부르거나 나가 죽으라는 폭언을 일삼는다”면서 “시간당 목표인 옷 150벌을 만들기 위해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가지도 못한다”고 ‘의류산업에 만연한 인권침해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했다. 갭 하도급공장에서 일하는 샤카마씨가 시간당 버는 돈은 22루피(한화 429원)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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