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공존 한옥, 그 멋에 흠뻑 빠져보자… 김해 클레이아크 ‘한옥, 현대 도시에서 함께 살다’

한옥은 오래 전부터 우리가 이 땅에 지어 생활해온 살림집이다. 그러나 한옥은 좀 불편하다. 아파트나 첨단시설의 건물에 비해 난방시설과 실내구조 등이 현대인들의 거주공간으로는 익숙하지 않다. 최근 도시생활에 맞게 지은 현대식 한옥이 늘어나고 있으나 외형만 한옥인 경우가 많다. 전통한옥은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간, 박물관의 유물로 점차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경남 김해 클레이아크 돔하우스에서 8월 26일까지 열리는 ‘한옥, 현대 도시에서 함께 살다’는 건축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옥의 개념을 정리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다. 전시에는 우리나라 도시한옥의 대표 건축가인 김용미 김종헌 조정구 황두진과 한옥지붕을 모티브로 설치작업을 하는 백승호, 건축사진가 윤준환 등 6명이 참여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2010년 제12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출품작인 조정구 건축가의 ‘서대문 한옥’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마루에 걸터앉아 풍광처럼 펼쳐진 윤준환 작가의 사진 ‘경남의 한옥’을 바라보면 느긋하고 호젓한 느낌이 든다. 전통건축에 서양식 구조를 응용한 서울 원서동 궁중음식연구원과 실내욕탕까지 갖춘 경주 한옥호텔 라궁의 모형을 통해 한옥의 변신을 보여준다.

2층 전시장에는 백승호 조각가가 스틸로 만든 기와지붕 설치작품 ‘종합차원-부유하는 건축’이 눈길을 끈다. 3차원 공간에 드로잉을 한 것 같은 작품으로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한옥의 종합예술성을 강조했다. 서울 남산국악당 등을 지은 김용미 건축가는 살림집 한옥이 공연장 전시관 연회장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건축 모형을 통해 제시한다.

김종헌 건축가는 에너지 위기시대에 한옥이 갖는 가치와 경제성 등에 주목했다. 안채와 사랑채를 주거공간과 사무공간으로 분리하고 목조구조를 철골구조로 전환하는 등 한옥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출품했다. 서울 북촌 한옥을 설계한 황두진 건축가는 전통계승이라는 차원을 넘어 현대건축으로서 한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내놓았다.

클레이아크는 한옥 전시 외에도 지난해 말 완공한 전시 공간 큐빅하우스 개관기념 특별전을 8월 12일까지 연다. ‘기운생동’ 제목의 ‘기(氣)’ 코너에는 권기범 작가가 기운 넘치는 벽면 페인팅을 선보이고, ‘운(韻)’에는 정헌조 작가의 흑연 소묘 작품이 전시된다. 이현진 작가의 호수 속 물수제비 영상작품은 ‘생(生)’에, 이윤미 작가의 공중에 매달린 철제 프레임 작품은 ‘동(動)’에 각각 설치됐다.

조은필 정찬부 이윤정 이정석 이시영 등 작가 6명이 추억어린 사물이나 장소를 엉뚱하고 기묘한 동화처럼 재현한 ‘백일의 꿈’, 2006년 개관 이후 그동안의 전시성과를 소장품 중심으로 설명하는 ‘클레이아크를 담다’도 볼만하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갖가지 한옥 풍경을 감상하면서 다양하고 역동적인 현대미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다(055-340-7000).

김해=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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