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비평가 유종호의 ‘한국근대시사’ “정지용은 최초 전문직 시인… 김소월·한용운은 별격”
원로비평가 유종호(74·사진) 교수의 ‘한국근대시사’(민음사)는 딱딱하기 마련인 문학사에서 벗어나 한국근대시사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이에 대한 평전을 쓰듯 써내려간 새로운 스타일의 문학사다.
우선 저자는 책머리에 “(집필하는 동안) 시를 즐기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않고서는 즐길 수도 없다는 대목에 밑줄을 쳤던 젊은 날이 떠올랐다”고 털어놓는다. 문학사를 읽는 것도 쓰는 것도 필경은 작품을 즐기고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가 조명하는 시기는 국권 상실의 위기 속에서 문학이 시작된 1920년부터 1945년에 걸친 한국현대시의 형성기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균형 잡힌 시각이다. “정지용을 최초의 전문적 시인이라고 볼 때 김소월과 한용운은 아무래도 우리 시사에서 별격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김소월과 한용운을 별격으로 하고 정지용이 전면으로 부상한 1920년대의 한국시를 그들의 시적 노력만으로 단순 환원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많은 동년배 시인들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학은 어느 모로는 공동작업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39쪽)
저자는 1926년에 간행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불가사의한 경의라고 높이 평가한 반면 한국시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서정시 부분에서는 민요적 가락에 기대어 있는 김영랑을 가장 좋은 시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오감도’의 시인 이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그는 이상이 남긴 소설의 위대성은 인정하면서도 이상의 시세계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파했다. “‘한발 앞서기’에 들려 있었던 이상은 오늘날 경쟁적 시험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청소년의 난경을 앞당겨 보여준 것”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정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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