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피아노맨… 평리침례교회 반주자 김화석 장로, 순교자 후손으로 농사 지으며 독학

노인들만 출석하는 평리침례교회에도 피아노 반주자가 있다.

“오랫동안 모든 죄 가운데 빠져 더럽기가 한량없던 우리들….” 지난주 수요예배 때 어르신들의 찬송에 맞춰 김화석(66·사진) 장로가 반주를 했다. 평생 울릉도에서 농사지으며 살아온 김 장로는 언제 피아노를 배운 걸까. 그의 집에는 피아노가 없다.

김 장로는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가 바로 교회 입구에 세워져 있는 순교기념비의 주인공 김해용 감로(監老)다. 울릉도 제4대 감로다. 김 감로는 동아기독교(일제 강점기에 조직됐던 ‘기독교한국침례회’의 전신) 때 구속된 32인 지도자 중 한 명이다. 1940년 북한 원산에서 감로 안수를 받은 뒤 42년 성경 30부를 소지하고 전도활동을 하다 일본 헌병에 발각돼 구속됐다. 43년 5월 석방됐으나 옥고의 후유증으로 47년 8월 13일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순교 신앙의 뿌리를 갖고 있는 김 장로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는 게 좋았다. 혼자 악보를 보며 피아노를 배웠고, ‘할아버지 반주자’로 아름다운 찬양의 화음을 연출하고 있다.

울릉도=노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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