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대한민국지도자 리더십기념관’
# ‘구술회고록’ 취재를 위해 격주로 고생하고 있는 최영경 기자가 전북 정읍 두암교회 김용례 할머니를 만나고 왔습니다. 팔순의 사모입니다. 취재 기자는 “글로써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경험을 처음으로 털어 놓으셨다”고 했습니다. 김 할머니의 어머니는 1950년 10월 ‘빨갱이’에 희생된 이 교회 윤임례 성도입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둘째 오빠 내외, 조카 넷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지요.
이번 취재에서 김 할머니는 그 끔찍했던 시신 훼손을 증언했습니다. 기억하기도, 입에 담기조차도 싫으셨겠지만 당신께서 나이 듦에 따라 기록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인 것 같습니다.
윤 성도는 “하나님 배반할 수 없어. 죽일테면 죽여”라며 기도하다 죽창에 사망했습니다. 이날 죽은 23명 모든 시신이 “항문에서 목쪽으로 죽창이 꽂혀 있었다”고 김 할머니가 목격한 바를 전했습니다. 윤 성도가 죽음을 직감하고 배추밭에 숨게 한 큰 손자까지 찾아내 “애를 살려 놓으면 뒷대에 우리가 보복당한다”며 죽였다는군요. ‘대역죄인 김옥균의 능지처사’보다 더합니다. 집성촌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지요.
#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관 건립이 한창입니다. 옛 문화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한국현대사 자료와 유물을 전시합니다. 이 건물이 60년대 필리핀 기술력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역사관 건립은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그간 말이 많았습니다. 제 개인적 입장으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사관 건립 위원의 면면을 보면 뭔가 우리네 삶과 거리가 있겠구나 싶습니다. 고위관료, 기업가, 교수 등이 주축이고 민초의 삶을 챙길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김 할머니와 같은 미시사는 과연 반영이 될까요. ‘대한민국지도자 리더십기념관’이 되어선 안 되겠습니다.
# 오늘 우리는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학생과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전쟁의 기억을 가진 김 할머니 등 3대가 삽니다. 살아갈 세대나, 살아온 세대에게 절실한 게 서로 간의 이야기입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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