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發 마약루트 덜미… 수억대 히로뽕 밀반입 美 한인갱단 구속

멕시코에서 수억원대 히로뽕을 앨범, 크리스마스카드 등에 숨겨 국내에 밀반입해 팔아오던 미국 최대 한인갱단 전 조직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국내에서 멕시코발 마약 밀수가 단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미국 내 한인 폭력조직 ‘LGKK’ 전 단원 문모(4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문씨는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22차례 국제특송화물 등을 이용해 멕시코에서 히로뽕 287ｇ(1회 투약 기준 9600명분, 시가 9억원 상당)을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히로뽕을 5∼50ｇ 단위로 쪼개 앨범 또는 크리스마스카드, 장식품에 숨기거나 두 겹의 종이박스 사이에 끼워넣는 등 다양한 은닉 수법을 사용했다. 국내 배송지를 서울과 부산, 인천 등으로 분산하고 판매 수익금도 대포통장으로 입금받아 멕시코 현지에서 카드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마약청(DEA)은 지난해 1월 멕시코 과달라하라를 떠나 화물 경유지인 미국 멤피스를 거쳐 국내로 배송되는 특송화물에서 히로뽕을 발견하고는 한국 검찰과 공조 수사를 개시했다. DEA는 한국 검찰의 의뢰로 인터폴 수배령을 내린 지 5개월 만인 그해 6월 문씨를 검거해 멕시코 이민국수용소에 임시 유치했으나 문씨가 8일 만에 탈옥하면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멕시코 수사 당국은 문씨가 수용소의 석고벽을 뚫고 도주했다고 주장했으나 그는 검찰 조사에서 이민국 공무원에게 2만 달러의 뇌물을 주고 스스로 걸어나왔다고 진술했다.

문씨는 이후 10개월간 도피행각을 벌였으나 좁혀오는 수사망, 멕시코 마약조직과의 알력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현지 경찰에 자수했다. 검찰은 지난 4일 그를 일본으로 강제 송환한 뒤 우리 국적기 안에서 체포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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