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문일] 이미지 시대의 정치 지도자

Է:2011-04-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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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문일] 이미지 시대의 정치 지도자
출마로 반전 노린 손학규

박근혜 無爲에 안주 말아야


조지 W 부시는 자서전 ‘결정의 순간’에서 대통령 재임 중 일어난 세 개의 위기(2001년 9·11테러,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8년 금융위기)를 회고했다. 카트리나가 접근하고 있을 때 부시는 텍사스주 크로포드에서 휴가 중이었다.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를 덮쳐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뚫리자 부시는 워싱턴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피해 지역 상공을 낮게 나는 전용기의 창으로 지상의 참상을 내려다보는 부시의 뒤로 사진기자들이 들어왔다. 공보팀 의도와는 반대로 신문에 실린 사진은 부시가 지상의 고통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었다. 일단 비난 여론이 형성되자 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부시는 적었다.

앞서 일어난 9·11 테러 때 부시는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 읽기 수업을 참관 중이었다. 충격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동행한 기자들을 의식해 자리를 지켰고 대변인이 전한 쪽지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시는 자신이 허둥지둥 교실을 뛰쳐나갔더라면 아이들은 물론 나라 전체에 공포의 파장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의 에피소드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카메라 렌즈는 숙명임을 일러준다. 하기는 일반 시민들도 CCTV에 하루에 수십 회 찍히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세상이다. 정치인들에게는 언론 앞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하는 감각이 필요해졌다. 카메라를 통해 형성된 순간의 인상은 고치기 어려운 이미지로 고착된다. 사진 한 장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2004년 역사상 어느 후보보다도 많은 표로 재선에 성공케 한 부시의 정치 자산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과 함께 사라졌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간 나오토 총리는 자위대 헬리콥터를 타고 피해지역을 공중에서 시찰했다. 그가 지상을 내려다보는 모습도 언론을 탔다. 지진 당일 조간신문에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폭로돼 사임 위기까지 몰린 간 총리에게 대지진은 개인으로선 정치 생명의 동아줄이 되었다. 재난 수습을 진두지휘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후쿠시마 원전을 찾아가고, 피해지역을 시찰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 국가위기의 해결사로 대반전을 노린 이미지 창출 이벤트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 간 총리의 위기관리는 대지진에 흔들리듯 중심을 잃었고 일본은 최고 리더십이 부재하는 상황으로 추락했다.

국가 지도자는 능력의 유무를 떠나 무언가를 해야 하는 소명(召命)의 자리다. 태평시라면 무능한 지도자의 아마추어리즘도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우리에게도 말만 앞선 무능한 리더십이 국가 좌표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분열시켜 자칫 외환을 부를 뻔했던 예가 멀리 있지 않다. 제대로 된 국가 지도자를 고르는 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능력을 미리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의 경우 대통령을 선택하는 요소로 지역과 소득계층이라는 상수(常數) 다음에 후보가 주는 이미지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관점에서 차기 대권 후보들의 동태는 흥미롭다. 박지원 원내대표에 밀려 존재감이 희박하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분당을 출마라는 유위(有爲)의 선택을 했다. 패배를 각오하고 뛰어들어 일개 지역구에 전국적 관심을 모았고 도전적 이미지를 만든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무위(無爲)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는 차기 권력을 기다리는 방어적 자세라고 하겠다. 유위라고 해야 가끔 기자들 물음에 말 한마디 던지는 것인데 이런 소극적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자칫 무능무위(無能無爲)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최소한 유능무위(有能無爲)의 이미지를 만들지 못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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