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 살처분 못잖은 재입식 속앓이… 구제역 2라운드 소·돼지 값 2∼3배 뛰고 주민들 거센 반대
5일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1리. 구제역으로 돼지 3만6000마리가 매몰된 이 마을은 주민들이 내건 수많은 현수막으로 온통 도배됐다. 내용은 하나같이 결연했다. ‘냄새나서 못 살겠다 돼지농장 물러가라’, ‘구제역 살처분 농장 돼지 입식 결사반대’….
정부는 구제역 위기 경보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렸지만 이 마을에서는 후유증이 여전한 모습이었다. 축산농가는 생계를 위해 돼지를 다시 키우겠다는 입장이나 주민들은 악취와 상수원 오염을 이유로 절대 불가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마을까지 가세해 아예 농장 폐쇄를 요구하고 면 전체주민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남국 안흥면번영회장은 “해마다 비만 오면 돼지 오물 등이 내려와 견디기가 힘들었다”며 “재입식은 무조건 안된다”고 못박았다.
인근의 강림면도 돼지 재입식을 놓고 주민과 축산농가가 대립하고 있다. 장상철 강림면번영회장은 “축산농가들이 악취나 지하수 오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지 않으면 오는 12일 회의를 거쳐 실력저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원주시 소초면 주민들도 1만2700여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S영농조합 소초지점의 폐쇄를 요구했으며, 양구군 남면 창1·2리 주민도 현대식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재입식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농장에 전달했다.
다행히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지 않은 다른 지역의 축산농가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가축의 이동제한이 풀렸으나 종돈(種豚)과 모돈(母豚)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한 돼지농장주는 “새끼돼지 가격이 구제역 이전보다 3배 이상 올라 막막하다”며 “돼지 조달이 어려워 입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 텃골양돈단지 내에서 돼지를 키우는 구모씨는 “돼지를 많이 들이려 해도 모돈 값이 지난해의 두 배인 85만∼100만원까지 오른데다 이마저도 공급이 없어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인천 강화군 양도·화도·송해면 농가들은 아예 종돈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서는 축산농가들이 한우와 젖소를 재입식하고 있으나 보상금만으로는 소를 사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살처분 보상금으로 1마리당 250만원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곧바로 새끼를 낳아 젖을 짤 수 있는 만삭의 젖소 한 마리가 400만원을 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횡성·진안·가평=정동원 김용권 김칠호기자 cd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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