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파산부 사태 후폭풍] ‘향판’의 허점… 토착세력과 유착 위험 상시 노출
다시 불거진 ‘지역법관제’ 폐해·개선방향
부장검사 A씨는 지난해 지방 토호에 대한 수사 중 부패혐의를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영장전담판사 B씨는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보완수사를 해 영장을 재청구하려 했으나 이미 혐의자는 도주해 버린 뒤였다.
특히 이 검찰청은 A검사를 비롯해 검사가 청구한 사전영장의 기각률이 50%를 넘어서자 B판사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고려했었다. 전국적인 영장 기각률은 20% 내외에 불과했다. B판사는 그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지역법관, 이른바 ‘향판(鄕判)’이었다. A검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7일 “지방의 경우 특히 검찰의 수사방향에 법원이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경향은 지역토호와 관련된 수사일수록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검찰간부 C검사는 지역토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지역토호와 친분이 있던 D판사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영장 재청구 움직임을 보이자 D판사는 검찰에 “왜 그러느냐”며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처럼 다른 통로를 통해 뜻을 전해왔다. 결국 C검사는 “그렇게 나온다면 피의자 조서에 D판사도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적시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성(?) 반박을 한 뒤 영장을 받아낼 수 있었다.
서울이 아닌 지역의 법원에서 퇴임 때까지 근무하도록 한 지역법관제도(향판)가 광주지법 파산부 선재성 부장판사 파문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7일 대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전체 2561명의 판사 중 부산·대구·광주·대전고법 권역에만 근무하는 향판은 모두 333명이다. 전체 판사의 13%다.
지역법관제도는 잦은 인사이동과 업무 미숙, 인수인계 미흡에 따른 재판부실 우려 등의 지적에 따라 2004년 공식 도입됐다. 전체 판사 중 80%가량이 서울 근무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인사 형평성을 위해선 전보 인사가 잦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법관제도는 부산 등 4개 고등법원 단위로 실시하는데, 원칙적으로 해당지역 내에서 근무한다. 특정지역에 연고를 둔 판사는 다른 지역 전보 없이 해당지역 법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법관제도가 토착세력과 유착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6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김동철 의원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지역법관 대부분이 형사합의부나 영장전담판사 등 주요 재판부에 위치해 토호세력과의 유착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재력 있는 사람이 주로 신청하는 보석 사건의 인용률은 지역법관제가 없는 지역에 비해 5∼6% 포인트가량 높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도 당시 지역법관 출신 변호사와 지역법관의 결탁을 우려했다. 노 전 의원은 전남에서 태어난 E판사의 경우 광주고법에서 근무하다 2001년 변호사로 광주에서 개업, 3년간 형사사건 242건을 싹쓸이 수임한 뒤 2004년 다시 광주고법 산하 법원으로 복귀했다고 소개했다.
2009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고법 F부장판사를 소환 조사하기도 했었다. F부장판사는 부산권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판사로 박 전 회장의 ‘기내난동’ 사건 당시 1심 담당 판사를 다른 판사로 조정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광주지법 선재성 부장판사 파문을 계기로 지역법관에 대해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지역법관이 문제라는 인식도 곤란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묵묵히 일하는 지역법관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에 근무하는 한 지역법관은 “광주지법 파산부의 잘못된 행동을 마치 전체 지역법관이 모두 다 그런 것처럼 여기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자존심이 매우 상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역법관제도의 문제점보다는 파산 회생절차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법 파산부 초대 수석부장 재직시절 법정관리인의 비리에 가차 없는 처리를 했던 양승태 전 대법관이 롤모델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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