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쌩쌩한 또래 봉사자들 보니 첫날 부담감 싹∼
국민일보 인턴기자 소록도 봉사 2박3일
무관심과 편견도 질병의 일종이라면 아마도 고질병에 속하지 않을까. 일찍이 예수님은 한센병 환자에게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마 8:3) 고 말씀했다. 세계나학회는 1992년 서울총회에서 한센병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도 고개를 내젓는 이들이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엔 완치된 이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 후유증으로 홀로 생활할 수 없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이다. 이들에게 자원봉사자의 손길은 절대적이다. 곽새롬 신재범 인턴기자가 이달 초 2박3일간 소록도 자활봉사센터에서 한센인과 함께했다.
“6병동입니다. 머리 묶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럼 없어질지 몰라요, 허허허….”
첫날 오후, 자활봉사센터 관계자가 긴장하지 말라며 농담을 던졌다. 겁이 좀 났지만 이내 풀어졌다. 6세 때 이곳에 봉사활동을 온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어머니 치마 안에서 봤던 풍경 때문인지 낯설지 않았다. 머리를 뒤로 단단히 묶고 6병동 벨을 눌렀다.
“어디에서 왔어? 몇 살이야? 학교 다녀?” 2시간 후 공포의 시간(할머니 기저귀 갈아주기)이 돌아왔다. 선뜻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첫날은 그렇게 보냈다.
“언니 정말 이번 주에 가요? 그럼 우리 언니 가기 전에 횟집이라도 가야죠!”
밝고 쌩쌩한 내 또래의 자원봉사자들을 보니 부담감은 싹 사라진다. 점심 후 수다시간. 어떤 할머니의 딸이 가져온 순대 나눠 먹은 얘기,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었던 기저귀 갈기, 그 날 히트 친 ‘귀여운 할머니’ 등 오전의 에피소드로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
둘째 날,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벨을 눌렀다. 그러나 여전히 기저귀 교체 시간은 숨이 막혔다. 눈을 지그시 감고 다가갔다. 그때 정신이 바짝 드는 소리가 들렸다. ‘네 할머니가 여기 이렇게 누워있어도 그럴래?’ 얼굴이 화끈거렸다. 죄송하고 미안해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우두커니 앉아있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는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 꺼내놓았다. 해군에 갔을 때 이야기부터 시작해 첫째 아내와 사별하고 둘째 아내는 도망간 사연까지….
격정의 삶을 살아온 이분들 앞에서 갓난아이 같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내가 어찌 할아버지의 한, 아픔, 설움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들이 남겨주는 삶의 조각 하나 정도를 마음에 담을 뿐이다. 마지막 날 새벽 5시. 눈을 뜨자마자 세수도 않고 병동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에 약속한 대로 할아버지의 손목시계를 고쳐줬다. 정이 제일 많이 든 할머니와 이별의 포옹을 했다.
소록도에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그동안 번호도 몰랐던 친할머니에게 난생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새롬이? 아이구, 목소리 이뻐라. 안 그래도 니가 보고 싶어서 너희 어매한테 니 소식 물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만난 것 같여.”
우리 할머니의 목소리가 이렇게 정겹다는 것을 바보같이 왜 모르고 살았을까. 전화 한 통이라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평범한 일을 24년 만에 처음 하게 해 준 소록도 2박3일.
“할머니 보고 싶어요.”
곽새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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