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재즈 피아니스트의 첫 공연… 정명수씨 12월 10일 영등포아트홀

최근 서울 신림동의 한 건물 지하 연습실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재즈 피아니스트 정명수(25·애능중앙교회)씨는 연신 “행복하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7시30분 서울 당산동 영등포아트홀에서 난생 처음으로 개인 연주회를 갖기 때문이다. 나아가 연주회 수익금을 생활고에 시달리느라 수술을 받지 못했던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라 더 감회가 크다.

정씨는 2시간 정도 진행되는 이번 연주회에서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들려준다. 또 예스터데이 등 팝 메들리를 비롯해 장르를 넘나들며 10여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정씨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를 수석으로 입학했을 만큼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제대로 재즈 피아노를 공부하겠다는 소망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대학에 와 보니 고마운 분이 너무 많더라고요. 악보를 보지 못하니 친구들이 악보를 그려주고…. 시험 볼 때는 대필도 해 주고 세상은 고마운 사람들 천지예요.”

정씨는 5세 때 또래 남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어머니에게 등떠밀려 피아노를 배웠다. 하지만 이내 피아노 연주에 매료돼 건반 앞에 앉길 좋아했다. 재즈 피아노는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다. 재즈 음악학원 연습실에서 친구의 연주를 듣고 재즈 피아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장애인인터넷선교방송인 희망방송 ‘희망새 중창단’의 앨범으로 데뷔했다.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교회와 선교단체, 보육원 졸업식, 대학 채플 시간에 축하공연을 해 주고 교도소에서도 반주를 한다. 그의 노래와 드럼, 기타 연주 솜씨도 수준급이다.

“재즈 피아노는 한 달 동안 학원에서 레슨 받은 게 전부예요. 남들은 유학이다 뭐다 하지만 전 집안 형편도 안 되고, 실력도 미천하죠. 하지만 밤낮으로 음악을 듣고 재즈 피아노를 두드리다 보니 이젠 프로가 다 됐답니다.”

그는 연습벌레다. 밤새 연습하다가 피아노 덮개에 엎드려 자기 예사다. 정씨의 감성은 꽤 독특한 구석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절제와 세련된 감성이 사운드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동네 어린이들이 금방 뛰어 놀 것처럼 경쾌하기도 하다.

“대중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재즈를 만들려고 늘 고민합니다. 재즈 피아노가 제게 위로가 됐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고 싶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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