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사랑방공동체교회에서 진정한 쉼을 누리다

[미션라이프] 교회는 수직적으로 하나님과 교제하고 수평적으로 성도들과 하나 되는 신앙공동체다. 진정한 교회의 원형을 찾고자 행복추구권을 포기한 이들이 있다. 재테크와 소비, 자기만족의 생활패턴에 과감하게 ‘역주행’하며 기도와 노동, 쉼을 누리는 이들이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는” 사도행전 2장의 신앙공동체를 추구하는 이들을 소개한다.

“돈이 필요하다면서요? 우선 급한 대로 쓰세요.” “쌀 있어요? 이것 좀 갖다 드세요.”

경기도 포천시 무림리 348번지. 사랑방공동체교회(정태일 목사) 소속 70여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은 배추와 무, 고추, 콩, 고구마를 직접 길러 먹으며 ‘사는 맛 나는’ 시골생활을 하고 있다.

교회는 1984년 ‘감격 있는 공동체 생활, 교육목회 실현, 선교적인 삶’을 목표로 시작됐다. 교인들은 서울 종로5가 상가교회 시절부터 자연 속에 교회 터를 두기로 하고 13년간 매달 마지막째 주면 산과 들, 바다를 다니며 예배를 드렸다. 그러다 97년 포천에 9900여㎡의 대지를 구입하고 현재의 교회를 세웠다.

이때부터 4가구가 초대교회 모습을 지향하며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원칙을 내걸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디아코니아(목회자) 11가구, 그루터기(평신도) 8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제일 먼저 생활비가 궁금했다. 사무장을 맡고 있는 이용신(54)씨는 “생활비는 교회 후원과 대안학교 운영 수익으로 충당되는데 자녀 수와 공동체 내 역할분담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가구별로 80만~12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세끼를 교회에서 해결해 주지만 검소하게 살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은 담임목사님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녀들의 대학 진학이나 출산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 공동체에서 힘닿는 데까지 지원한다. 주택은 목회자의 경우 무료로 제공되며, 평신도는 가구마다 1억원가량을 출자해 연립주택을 세웠다.

2008년 남편과 함께 공동체에 참여한 정혜정(48)씨는 “늘 목돈이 필요하고 생활비 때문에 숨이 차지만 여러 도움의 손길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수없이 체험해 왔다”면서 “빈 주머니지만 늘 넉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겉으로 보기엔 손해보고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이지만 하나님의 자녀로 누리는 풍성함을 따지면 100배 이상 얻는 것이 있다”면서 “굳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성과물을 내지 않아도 천천히, 그러면서도 편하게 공유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루 일과는 어떨까. 이들은 오전 6시 새벽기도회에 참석한 뒤 가구별로 아침식사를 한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순번을 정해 준비하고 함께 먹는다. 그리고 대안학교 교사와 농사, 사무실 업무, 차량운행 등 각자의 업무를 담당한다. 김장이나 농사, 집짓기 같은 일은 공동으로 한다. 매주 금요일 각 지역별로 성경공부 모임이 있고 화요일엔 공동체별 만남의 시간이 있다. 수요일은 가족 전체가 모여 예배를 드린다.

5년째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이효성(39) 부목사는 “주일에만 부목사로 섬기고 평일엔 주로 교사로 활동하며 밭도 매고 집도 짓고 밤 순찰을 도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 5년간 아이들로부터 오히려 한없는 사랑을 받았다는 게 가장 값지다”며 “공동체 안에서 마음의 상처와 비뚤어진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살다보면 인간 본연의 이기심이 충돌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듯했다. 장신대 기독교교육과를 졸업하고 9년째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장영미(33) 전도사는 거의 공개된 상태로 생활하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장 전도사는 “한 집에서 3~4가구와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단 한번도 샤워를 마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온 적이 없다”면서 “물질과 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컸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공동체 생활의 유익이 크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자기객관화를 할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어린 자녀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동체는 의료, 복지, 교육 등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고 도와줄 사람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무궁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장 전도사는 “신앙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며 정말 성경말씀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기서 배웠다”면서 “어렵지만 말씀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후배 신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는 자체 대안학교를 갖고 있다. 92년 설립된 꾸러기학교(유치부)는 2002년 개교한 어린이학교(초등부), 멋쟁이학교(중·고등부) 등 대안학교의 모태가 됐다. 학교에는 유아·유치원생 35명, 초등학생 50명, 중·고등학생 52명이 다니고 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교사들은 개인별 재능지도를 하며, 학생들은 공동 놀이와 자연 현장학습, 공동생활을 한다.

전향옥(44)씨는 세 명의 자녀 때문에 2년 전 수원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전씨는 “남편이 매일 5시간씩 의왕으로 출퇴근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감수한다”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사랑으로 섬기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녀는 “인간이란 이웃과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인터뷰-사랑방공동체 정태일 목사]

“사실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은 하나님이 해결해 놓으셨어요. 제가 서울에서 나고 50년간 도시에서만 살았던 사람입니다. 처음 이곳에서 공사를 시작할 땐 끼니조차 이을 수 없었어요. 만날 했던 작업이 풀 베는 일이었죠. 끝도 없이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어떤 사람이 그래요. ‘목사님, 그 귀한 약초를 왜 베어내요?’라고요. 그 때 알았어요. 비싸게 돈 주고 살 양식을 하나님은 그렇게 매일 주시고 계셨다는 걸요.”

정태일(64) 목사는 한국적인 공동체 교회를 시작한 선구자라 할 수 있다. 강원도 태백 예수원 다음으로 큰 규모를 갖고 있는 사랑방공동체교회는 다른 기독교공동체의 모델이 되고 있다.

정 목사가 26년 전 ‘건물과 돈, 사람 없이 시작한다’는 3무(三無) 정신으로 교회를 개척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철저한 믿음 때문이었다. “하나님이 주인이시니 돈과 사람, 건물이 없어도 당신의 뜻이라면 믿음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창립예배를 드리니 소문을 듣고 성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모인 30가구와 매달 마지막 주엔 자연 속에서 예배를 드렸어요. 신기한 것은 13년간 한 번도 날씨 때문에 야외예배를 망친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는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12만원의 생활비를 받았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4가구가 똑같이 돈을 나누고 보니 쓸 데가 별로 없었어요. 그러면서 서로 ‘필요하면 이 돈 갖다 쓰라’며 내놓더라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바로 사도행전 교회의 모습 아니겠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랑방공동체교회의 특징은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묻고 전체가 합의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쫓는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하실 일이 있고 우리가 할 일이 있습니다. 이게 바뀌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냐 아니냐’를 분별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하나님의 뜻이면 하나님이 하시도록 하자, 우리는 믿음만 가지고 이끄시는 대로 따라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손도 안댔어요. 그러다 보니 좀 늦어요.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믿음의 역사였습니다.” 이런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1997년 계약금 한 푼 없었지만 8억원에 이르는 교회 부지를 구입하고 건물을 세울 수 있었다.

정 목사는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출신이다. 92년 꾸러기학교와 2002년 대안학교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삶이 있는 장(場)’이란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하나님이 가르치시는 것을 보여주자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복음의 역사,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결국 교육을 통해 이어지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입시가 아닌 신앙과 인성, 인간관계, 환경, 생명, 생활교육 등으로 인간 내면을 다뤄야 합니다.”

포천=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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