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하얀 거인

유난히 투박한 손을 지녔다는 기자의 질문에 “제 손은 투박하지만 제 옷은 눈물겹게 섬세하죠”라고 말했던 앙드레 김이 얼마 전 75세를 일기로 하얀 거인의 품위 있는 나래를 접었다. 그는 우리에게 몇 가지 도전정신을 남겨주고 떠났다.

그는 첫째 국내 최초 남성 디자이너로 출발해 세계적인 대가가 되었다. 1962년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를 차렸고 프랑스와 미국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둘째, 패션 세계를 대중화하는 데 공헌한 그는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고 보석, 도자기, 속옷, 안경 디자인 등에도 도전했다. 셋째, 그는 독신으로 살았지만 아들을 입양해 쌍둥이 손자를 보았다. 넷째, 그는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2005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8월에는 전국 세 군데에 란제리 매장을 열었다. 자유와 행복은 저절로 행운처럼 나에게 불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열심히 기도하고 땀을 흘리며 도전하는 자의 몫이다.

장자옥 목사<간석제일교회>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