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설동순 (18) 종탑헌금 불만… 잘 나가던 교회 발길 끊어
“우리 교회 종탑이 원체 낡어서, 애들도 올라가쌓고 허는디 전깃줄도 위험허고, 이참에 새로 세웠으면 혀요. 그래서 말인디, 설 집사님께서 맡어서 세워 주시고 복을 받으시지요.”
평소 같으면 목사님께 직접 이런 제안을 받은 것부터가 감사해서 두말 않고 승낙했을 터였다. 그러나 마침 그 직전에 교인끼리 돈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목사님 사모님께 인간적인 서운함을 갖게 된 터라 듣는 마음이 곱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러면 제가 어렵기는 허지만 순종하는 마음으로 맡지요” 했다. 그런데 이틀 후에 목사님이 또 찾아오셨다. “글씨… 알어보니께, 비용이 쪼매 더 든다네요.” 내가 이미 작정한 비용에 50%를 더 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내 마음에 찾아와 있는 시험이었다. “목사님, 지가 요즘 좀 어려워요. 한번 약속혔으니 첨에 내기로 헌 돈은 내겄지만 나머지는 다른 데서 구하셔요.” 이렇게 답하면서 속으로는 ‘참 내, 목사님 자제분은 서울서 한의사를 헌담서, 왜 교인한테만 돈을 내라고 허신대?’ 하는 불만이 올라왔다.
그리고는 그 주일부터 교회에 안 나갔다. 신앙인으로서 나의 한계가 그때 바닥까지 드러난 셈이다. 하나님께 복 받으려고, 하나님 일에 동참하려고 헌금을 한다면서도 세상적인 보상을, 즉각적인 인정을 바란 것이다.
교회에 발길을 딱 끊자, 사모님 장로님 집사님 할 것 없이 무시로 심방을 왔다. 그때 작은 사건이 또 있었다. 한 분이 “집사님, 같이 기도원에 가십시다” 하기에 “지는 기도원이라는 데를 안 가는 사람이여요” 했더니 서운한 말투로 “집사님. 그러면 지옥 가요” 하는 것이다.
“내가 왜 지옥엘 갑니까? 저는 천국 백성입니다. 당신들이 가면 몰라도!” 하고 냅다 소리를 지르고 모두 쫓아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교만할 수가 없는 말이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아이고, 내가 좀 참을걸’ 싶었지만 여전히 분이 안 풀리고, 마음이 복잡했다. 기도를 하려 해도 도저히 나오지 않고, 교회 쪽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때 병이 찾아왔다. 목 언저리를 만져 보니 콩알만 한 몽우리 대여섯 개가 잡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며 넘겼는데 며칠 더 지나니 밤톨만 해졌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남원에 살 때 알던 장로님이 의사로 계시는 병원에 찾아갔다. 장로님께서는 보자마자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 하셨다.
덜컥 겁이 났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오신, 전에 다녔던 남원중부교회 사모님을 “지가 알어서 헐팅게 사모님은 어서 가서 목사님 식사 챙겨주셔요” 하며 먼저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길로 도망갔다.
‘암은 칼 대면 퍼진다’는 속설 때문에, 아니 그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명의 위협에 압도된 때문이었다. 집으로 향하면서도 발길을 옮겼다 돌렸다를 반복하다 문득 약국이 보이기에 들어갔다.
“약사 선상님, 여기 한번 봐주셔요.” 약사는 살펴보더니 “임파선이나 갑상선 문제일 수 있고, 결핵균 때문일 수도 있는데, 어쩔까요, 결핵 약이라면 지어 드릴 수 있고” 했다. 의약분업 전이라 처방전 없이 결핵 약을 보름치 지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기도했다.
정리=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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