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말 바꾼 윤영호… 법조계 “형량 영향 우려한 듯”

입력 2025-12-13 00:06 수정 2025-12-13 00:17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지난 7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교의 더불어민주당 금품 지원 의혹을 폭로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2일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며 돌연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자신의 재판·수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품 제공 대상자와 금액이 커지면 더 무거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만난 적도 없는데 금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세간에 회자되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특검의 편파 수사를 지적하며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고 민주당 측도 지원했고, 이 내용을 특검에도 진술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다시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이는 “윤 전 본부장이 진술한 건 여야 정치인 5명”이라며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내용을 확인한 김건희 특검 입장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노수 특검보는 지난 11일 “특정 정당을 위한 편파 수사란 말은 성립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등 민주당 관련 사건을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경찰로 이첩했다.

윤 전 본부장의 입장 변화에는 정치권을 강타한 통일교의 광범위한 로비 의혹을 겨냥한 수사 칼날이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11일에 윤 전 본부장을 접견 조사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 관련 발언을 했고 정치적 파장도 계속 커지면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민주당 인사를 향한 혐의가 구체화한다면, 윤 전 본부장의 유죄 인정과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오는 28일 선고를 앞둔 윤 전 본부장의 1심 사건에는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가 적용돼 있다. 서정빈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윤 전 본부장의 형량이 늘어날 경우의 수도 많아지는 것”이라며 “1심 재판부도 윤 전 본부장이 금품을 전달하고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으로 선회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한주 윤준식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