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속도내자 갑자기 발 뺀 윤영호

입력 2025-12-12 18:45 수정 2025-12-12 18:46
법원 출석하는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면식이 없다”고 주장하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여야 정치인 5명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었다.

경찰 특별전담수사팀(전담팀)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의혹 중심에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의혹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윤 전 본부장은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만난 적도 없는데 금품을 제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나, 상식적으로”라며 “세간에 회자되는데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 조사 당시 상황에 대해 “신문할 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신문 과정에서 (조서에) 적힌 문자 외에 콘텍스트(문맥)가 너무 많다”고 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촉발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특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에게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전 전 장관의 경우 “한일 해저터널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4000만원,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2점을 줬다”는 구체적 진술이 나왔었다. 전 전 장관은 “전부 허위이며 단 하나도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전담팀은 전날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의혹에 대한 사건을 넘겨받아 고발장을 검토하고 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은 전날 민중기 특검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통일교의 금품 제공 정황을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앞서 특검이 이번 의혹을 촉발한 윤 전 본부장의 최초 진술을 확보한 후 4개월 만인 지난 9일에 사건을 경찰로 넘기면서 ‘편파 수사’ 논란이 일었다.

전담팀은 윤 전 본부장의 발언을 살펴보면서 금품 수수 혐의를 받는 주요 인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전담팀은 전 전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금품을 건넨 통일교 측 인사들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일부 피의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다.

피의자들에겐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 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이 함께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은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대가성을 입증할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5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지만, 공소시효가 7년에 불과하다. 통일교의 일부 금품 전달 행위의 경우 올해 말 공소시효가 만료하거나 이미 만료됐을 가능성이 있다.

임송수 박재현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