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공공임대=싸구려 인식… 역세권에 지어라”

입력 2025-12-12 18:41 수정 2025-12-12 18:45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공공임대 주택을 지을 때 역세권 등 좋은 지역에 짓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공공임대의 공급 규모뿐 아니라 입지·품질을 함께 바꾸지 않으면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서 공급한 사례들을 보면 제일 좋은 자리에는 일반분양 주택을 짓고, 공공임대는 구석에 있는 안 좋은 장소에 몰아서 짓는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그러면서 “LH 입장도 이해하지만 이렇게 짓다 보니 사람들이 공공임대에 대해 ‘싸구려’로 인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택지개발도 민간에 위탁하는 대신 LH 등 공공기관에서 맡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부 임기 내 ‘공적 주택 110만호’ 공급 계획을 핵심 과제로 재확인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국민이 원하는 곳에 빠르고 충분하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만9000가구를 분양하고 5만 가구 이상을 착공할 계획이다.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입주를 본격화한다.

주거 약자 보호 대책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윤석열정부 때 무산된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피해자의 전세보증금 채권을 정부가 인수한 뒤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 대통령은 “관련 입법을 과거 추진했지만 당시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방 균형발전 정책에 힘을 싣는다. 오는 2027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본격화하고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30년 준공, 국회 세종의사당은 2029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좀 더 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의 관행 등을 질타했다. 철도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사태에 대해 “선급금을 70%나 주니 발주 받아 다른 일을 하는 것 아니냐. 선급금은 최대 20% 이상 못 넘게 규정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다원시스는 2022년, 2023년 입찰받은 ‘ITX-마음’ 물량을 일부 미납품했음에도 지난해 다시 계약을 따냈다.

이 대통령은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향해 출국 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외화가 수만 달러씩 불법 반출되고 있는 게 아닌지 묻기도 했다. 이 사장이 “실무적인 거라 모르겠다”며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자 이 대통령은 “참 말이 길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 사장이 이집트 공항 개발사업 현황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저보다도 아는 게 없다”며 보고를 종료시켰다. 이 사장은 윤석열정부 당시 인천국제공항 사장에 임명됐다.

세종=이누리 기자, 이동환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