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래식 방위 주도’ 첫 명기… 대북 경고성 표현 삭제

입력 2025-12-13 00:08 수정 2025-12-13 00:16
국방부 제공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한국이 재래식 방위를 주도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명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안보에 주력하면서 한국엔 자체 방위 역할 확대를 요구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핵 억제의 대상인 북한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했다.

한·미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NCG 제5차 회의를 가진 뒤 공동언론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0일 제4차 회의가 열린 이후 11개월 만에 열린 회의다.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가진 NCG이기도 하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에서 마련된 NCG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계속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회의에는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로버트 수퍼 미국 전쟁부 핵억제·화생방어 정책 및 프로그램 수석부차관보대행이 대표로 참석했다. 성명에서 김 실장은 한국이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퍼 대행은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국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한국 측이 NCG 성명에서 ‘재래식 방위 주도’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전략에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미국은 대만 방어 등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핵심 전략으로 꼽고 있다. 한국에는 대북 방어를 위한 군사 능력 증강 등 자체 방위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제4차 NCG 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대북 경고성 표현은 사라졌다. 1~4차 회의 결과물에는 북한 관련 발언이 있었지만, 이번 5차 회의에선 언급 자체가 없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양측 대표는 정보공유, 협의·소통 절차, 핵·재래식 통합(CNI), 공동연습, 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포함하는 확장억제의 모든 분야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핵 억제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